서울 종로구 창경궁 안의 북쪽 가장 깊숙한 곳에 유리로 만든 온실이 있다. 바로 ‘창경궁 대온실’이다. 지난 1909년 지어졌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로 평가된다. 철골과 목조로 구조를 짜고 여기에 유리를 끼웠다. 당시 서양에서 유행했던 수정궁을 연상시키지만 지붕 용마루에 대한제국 황실의 문양인 오얏꽃을 장식하며 한국적 특징을 담았다. 대온실 앞에는 르네상스풍 분수와 미로식 정원도 보인다. 제국 말기 사실상 창덕궁에 유폐된 순종 황제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일제에 의해 설계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경궁 자체가 동물원·박물관·놀이시설로 가득 찬 ‘창경원’으로 변질된다. 1983년 창경궁 복원시 이들 대부분은 이전됐지만 대온실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식돼 그대로 남았다. 최근 1년여 보수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하며 시민들을 맞고 있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