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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2017결산:파업] “적폐청산 신뢰회복”…MBC는 KBS의 미래

/사진=서경스타DB/사진=서경스타DB


MBC와 KBS가 함께 시작한 파업은 MBC에서 먼저 결실을 맺었다. 사장이 바뀐 MBC는 ‘적폐청산’을 외치며 개혁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KBS는 역대 최장 기간의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MBC는 지난 2012년 170일 총파업 이후 5년 만에 다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지난 2월 김재철 전 MBC 사장에 이어 김장겸이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끊임없이 사퇴를 요구해왔다. 8월에는 ‘MBC판 블랙리스트’ 문건을 폭로했으며 이후 제작 중단에 합류하는 움직임은 더욱 거세졌다.


MBC 노조는 지난 8월 29일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 93.2%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9월 4일 0시부터 김장겸 사장 및 경영진이 문화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했다며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예능국, 드라마국, 라디오국, 시사제작국, 보도국 등에서 제작 거부를 선언했다.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등 시사프로그램과 ‘굿모닝FM 노홍철입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 라디오가 결방됐다. 곧바로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일밤-세모방’ 등 대부분의 예능프로그램도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여파는 드라마국에도 미쳤다.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는 파업으로 인해 첫 방송을 2번이나 연기했고, 결국 마지막 주에는 한 시간 여 앞당겨 방송해야 했다.

KBS 양대노조인 KBS노동조합(KBS 1노조)과 KBS본부(KBS 새노조)도 지난 정권의 언론개입에 반발하고 고대영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추적 60분’ ‘다큐 3일’ ‘역사저널 그날’ 등 시사프로그램부터 뉴스와 라디오도 마찬가지였다. 예능프로그램은 기존 촬영분이 모두 소진된 후부터 결방에 돌입했다 ‘1박 2일’ ‘불후의 명곡’ 등 간판 프로그램이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다.

두 달여가 넘는 시간동안 MBC와 KBS는 서로 힘을 주고받으며 파업을 이어갔다. 그 중 MBC에서 먼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난 11월 초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위원회에서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되고 후임으로 여권 추천인 이완기 이사가 선출된 것. 11월 13일에는 김장겸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통과시켰고 곧바로 주주총회를 열어 해임을 확정했다.


이에 MBC 노조는 15일부터 파업을 철회하고 제한적으로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제작을 중단 중이던 예능프로그램들이 정상 방송을 재개했으며 라디오 또한 청취자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제작거부부터 파업까지 5개월간 우여곡절을 거친 시사프로그램 ‘PD수첩’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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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BS는 둘로 나뉘었다. 고대영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후 1노조는 파업 잠정 중단을 선언했으나 새노조는 여전히 파업 중인 것. 기술직과 경영 직군 위주인 KBS 노동조합은 고 사장의 조건부 사퇴 입장 표명 이후 파업을 철회했지만, 기자와 PD가 중심인 KBS 새노조는 고대영 퇴진과 방송법 개정은 별개라며 최장기간 파업에 임하고 있다.

파업 종료와 파업 중. 이는 연말시상식에서 가장 큰 차이를 안기게 됐다. MBC는 지난 8일 연기, 연예, 가요 시상식을 3개 모두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29일 방송연예대상, 30일 연기대상, 31일 가요대제전 등 날짜까지 확정됐다. 특히 연기대상은 시청자 투표가 아닌 전문가들의 투표로 대상을 선정한다며 새로워진 시스템을 기대케 했다.

KBS는 연기대상과 가요대축제에 대해서는 진행을 확정했으나 연예대상은 여전히 미지수다. KBS 예능국 대부분이 새 노조 소속으로 현재 파업 중이기 때문.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세모방’ ‘복면가왕’ ‘발칙한 동거’가 정상 방송 중인 것과 비교할 때 KBS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이 ‘1박 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해피투게더3’ 등은 모두 결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MBC는 최승호 뉴스타파 PD(전 MBC PD)를 신임사장으로 선임하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PD수첩’ 등을 연출했던 최승호 신임사장은 대표적인 해직 언론인. 또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통해 정치권의 언론장악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누구보다 적폐청산의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다. 선임이 확정된 바로 다음 날 메인 뉴스 ‘뉴스데스크’의 타이틀을 내리고 재정비에 돌입한 것에서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물론 MBC가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방통위 지상파 재허가 심사위원회 심사결과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여있기도 하다. SBS 647점, KBS1 646점, KBS2 641점, MBC 616점으로 지상파 모두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등의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며 그 중 MBC가 가장 낮다.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했으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는 KBS도 마찬가지. 아직 파업이 종료되지 않은 만큼 녹록치는 않겠지만 지상파로서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이제 막 개혁의 첫 삽을 뜬 MBC의 행보가 그래서 중요하다. MBC의 현재는 곧 KBS의 미래. 파업 후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MBC가 공정성을 회복하고 국민의 믿음을 되찾아야만 KBS 또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돌아오는데 힘을 얻을 수 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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