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조선의 마지막 궁중장식화...97년만에 일반에 공개

국립고궁박물관 내년 3월4일까지 ''창경궁 희정당 벽화전

너비 9미터 '총석정절경도'·'금강산만물초승경도' 선봬

해강 김규진이 창덕궁 희정당 벽화로 그린 ‘금강산만물초승경도’의 국립고궁박물관 전시 모습.해강 김규진이 창덕궁 희정당 벽화로 그린 ‘금강산만물초승경도’의 국립고궁박물관 전시 모습.


1910년 한·일 병합 이후 순종은 장식품처럼 살아야 했다. 1917년 창덕궁에 큰불이 나 왕의 생활공간인 내전 희정당이 불타버리자, 일제는 이를 복구하며 기존 궁궐에서는 볼 수 없던 대규모 벽화를 붙여 조선 왕실이 극진한 예우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너비 882㎝, 높이 196㎝ 에 달하는 김규진의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다. 이 두 그림은 출입이 통제된 희정당 문 위에 붙어 있었으나 지난 2015년 8월 분리돼 1년 4개월 동안 보존처리를 거친 후 97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13일 개막하는 국립고궁박물관 ‘창경궁 희정당 벽화’전을 통해서다.

이 두 그림은 비단에 그린 뒤 종이에 배접한 ‘부벽화(付壁畵)’ 형식이다. 비단 7폭을 이어 만든 금강산의 절경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총석정절경도’는 관동8경 중 하나인 강원도 통천군의 누정 ‘총석정’을 그렸다. 총석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바위의 높이를 실제보다 크게 늘려 그려 웅장함을 더했다. 울퉁불퉁해 보이는 파도의 질감과 총석에 무수한 태점(이끼 등을 표현하기 위해 작게 찍은 점)은 마치 그림을 뚫고 금강산의 절경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입체감을 선사한다. ‘금강산만물초승경도’는 강원도 고성의 ‘만물초’를 표현했다. 봉우리 사이로 소용돌이치는 흰 구름, 그 사이를 채우는 안개는 깊은 산세의 공간감과 함께 신비감을 더한다.


이와 함께 김규진이 금강산을 답사한 뒤 그린 초본인 ‘해금강총석도’가 1974년 이후 처음으로 전시된다. 또한 그가 여행기를 엮어 펴낸 단행본 ‘금강유람가’도 개막 후 일주일 동안만 공개된다. 전시는 내년 3월4일까지.

관련기사



보물 제815호로 지정된 창덕궁 희정당 내 동서 양 벽에 해강 김규진이 그린 벽화가 걸려있다. 원작의 보존처리를 위해 현재는 모사본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보물 제815호로 지정된 창덕궁 희정당 내 동서 양 벽에 해강 김규진이 그린 벽화가 걸려있다. 원작의 보존처리를 위해 현재는 모사본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우영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