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열린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유소연(27) 못지않게 연장전 끝에 눈물을 쏟은 렉시 톰프슨(22·미국)이 화제가 됐다. 당시 4라운드 12번홀까지 3타 차 선두를 달린 톰프슨은 전날 17번홀 그린에서 볼을 집었다가 제 위치에 내려놓지 않았다는 TV 시청자의 e메일 제보 탓에 4벌타를 받았다. 잘못된 곳에서 친 데 따른 2벌타, 그 벌타를 적용하지 않은 데 대한 2벌타까지 추가된 것이다.
새해부터는 시청자 제보로 선수가 벌타를 받는 일이 사라진다. 세계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12일(한국시간) 이 같은 규약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오는 2018년 1월1일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경기위원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의 전화나 e메일 제보를 통해 선수의 규칙 위반을 적발하고 벌타를 부과한 사례가 논란을 일으킨 데 따른 것이다. R&A와 USGA는 그 대신 한 명 이상을 모니터 요원으로 배치, 경기 중계화면을 통해 규정 위반이 발생하지 않는지 감독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토머스 페이절 USGA 규칙담당 이사는 “팬들은 선수들의 경기를 즐기고 규정 적용은 대회장 안에서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스코어 오기(誤記)에 관해서도 스코어카드 제출 전에 규칙 위반을 몰랐을 경우 적용 규칙에 정해진 벌만 받는 것으로 변경됐다. 종전에는 정해진 벌에다 위반한 각 홀에 2벌타를 추가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이번의 이른바 ‘렉시 룰’까지 골프규칙은 계속 다듬어지고 있다. 골프룰은 4년마다 R&A와 USGA가 세계 각국의 의견을 모아 개정하고 세계 공통으로 적용하고 있다. 주요 규칙 개정의 방향은 플레이어의 억울함을 덜어주는 등 보다 공정하고 쉽게 바꾸는 것이다. 규칙 개정은 골프게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왔다.
가장 최근의 두드러진 규칙 변경의 사례는 ‘존슨 룰’. 그린 위에서 우연히 움직인 볼에 대해 주던 1벌타를 없앤 것이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33·미국)이 지난해 6월 US 오픈 마지막 라운드 5번홀에서 퍼트를 하기 전 볼이 움직여 이에 대한 벌타를 받았다. 경기위원회의 너무 늦은 벌타 부과 시점 때문에 큰 논란이 일었고 양대 골프기구는 올해부터 ‘볼이 그린 위에 있을 때 플레이어나 그의 파트너, 그의 상대방 또는 그들의 캐디나 휴대품에 의해 우연히 볼이나 볼 마커가 움직인 경우의 벌을 면제’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그린 위 볼이 바람에 움직인 경우 1벌타를 주던 규칙은 앞서 2011년 말 개정됐다.
클럽의 손잡이 부분을 몸에 고정한 상태로 퍼트나 샷을 하는 앵커링(anchoring)을 금지하는 규칙은 지난해 1월1일부터 발효됐다. 클럽의 일부를 몸에 고정하면 스트로크의 안정성이 높아져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룰 개정으로 이어진 사례다. 아이언과 웨지의 그루브(페이스의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가로로 파놓은 홈)에 대한 단면 모양과 깊이 제한(2010년), 그리고 퍼트 때 정면을 향해 퍼트 라인 위에 걸쳐선 스탠스 금지(1968년 시행) 등도 경쟁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정이었다.
지금은 당연한 듯 여겨지는 규칙 가운데는 불편한 제한을 개정한 결과물인 조항도 여럿 있다. 1960년 이전까지는 그린에 올린 볼을 마크하고 집어 들어 닦는 게 금지됐다. 스트로크플레이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퍼트에 방해가 될 경우에만 집을 수 있을 뿐이었다. 해저드 같은 구제 상황에서 정면을 향해 팔을 어깨높이로 뻗어 볼을 드롭하는 방법도 1984년 시작됐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어깨 너머 뒤쪽으로 볼을 떨어뜨렸다.
양대 골프기구는 올해 3월 경기 속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는 데 포인트를 맞춘 대대적인 개정안을 공개하고 2019년 시행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