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당 200억으로 총 제작비 무려 400억 원의 ‘역대급 대작’이다. 국내 영화로는 처음으로 1, 2편이 동시에 제작됐다. 준비기간만 5년, 지난 해 5월 26일 크랭크인 해 올해 3월 22일 크랭크업, 10개월의 촬영기간을 거쳤다. 영화 탄생까지 모두 6년이 걸렸다.
김용화 감독이 이렇게 장기간 공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신과함께’가 결코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저승세계를 다루기 때문이다. ‘신과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신과함께’는 국내에서 감히 시도된 적도 없는 대형 판타지물로, 영화의 제작 소식부터 대중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특히 네이버 조회수 1위에 평점 9.9를 기록한 주호민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을 영화화했다는 점은 원작 팬들로부터 비판받기 딱 좋은 모양새였다.
이 같은 우려는 예고편이 공개되자 더욱 커졌다. 원작과 다른 식의 설정 예고와 진기한 캐릭터의 부재로 원작 팬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원작기반 영화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딜레마였다.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신과함께’는 이 같은 의심과 걱정을 단번에 뒤엎었다.
‘신과함께’에서는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까지 일곱 개 지옥 재판을 거치는 과정을 거대 스케일로 구현했는데, 국내 CG기술의 발전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최근 작품들에서 더 이상 CG를 논하는 일이 없어질 정도로 국내 CG기술이 발전하긴 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정도를 어떻게 시각화할지가 관건이었다.
김용화 감독은 지옥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살리면서 리얼리티에 방점을 뒀다. 일곱 지옥배경에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 등의 자연 물성을 차용하고, 대자연의 압도적인 풍광을 더해 VFX를 완성시켰다. 비주얼로 몰입을 깨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화려한 비주얼이 돋보이면서도 여기에 서사가 절묘하게 녹아난 것은 큰 장점이다. 굳이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의 일곱 지옥의 심판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전개를 보다보면 점차 이해가 간다. 자홍의 가정사와 밀접하게 연관되는데, 이는 웹툰이 전하는 감동을 그대로 충족시킨다. 엔딩에 다다라서는 엄청난 양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최루탄 영화’, ‘신파 영화’라 비춰지겠지만 원작과 같은 설정으로, 억지로 눈물을 강요한 장면들은 아니다. 자연스런 감정 전개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가장 많이들 우려한 진기한 캐릭터를 흡수한 강림(하정우)의 역할은 모자름 없이 충분했다. 물론 달라진 설정만큼이나 디테일의 변화는 있겠지만, 강림이 자홍(차태현)의 변호와 저승차사로서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충실이 이행했다. 영화상에서는 진기한 캐릭터의 갈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쉼 없이 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하정우에게서 또 다른 카리스마를 발견하게 된다.
‘정의로운 망자’로 바뀐 자홍 역시 독립된 작품의 설정으로 어색함 없다. 웹툰에서는 일반 회사원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소방관으로 바뀌면서 주인공을 너무 미화시킨 게 아니냐는 걱정이 따랐다. 하지만 후반부에 그가 그토록 정의로워질 수밖에 없는 사연이 밝혀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 밖의 해원맥 역의 주지훈, 덕춘 역의 김향기, 수홍 역의 김동욱, 원일병 역의 도경수, 오달수, 임원희, 이준혁, 장광, 정해균, 김수안, 예수정 모두 높은 싱크로율로 역할을 소화한다. 염라대왕 역의 이정재를 비롯해 김해숙, 이경영, 김하늘, 유준상의 깜짝 출연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신과함께’는 생각보다 대중성이 크다. 인간의 삶과 그 가치를 전반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적 메시지와 비주얼적 재미가 연령을 포괄적으로 흡수할 만하다. 올해 최대 흥행을 꾀한 만큼의 성적을 기대해 볼 만하다. 12월 20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