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이 무색한 고용한파

고용대란이 초겨울 추위만큼이나 맹위를 떨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11월 일자리는 1년 전보다 25만3,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2개월 연속 새 일자리가 30만개를 밑돌았다. 앞서 8월에도 일자리 증가폭이 20만개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이러다가 취업자 증가폭이 연간 20만명대로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가 내건 30만명대 사수에도 빨간 불이 켜졌음은 물론이다.


청년 취업전선의 엄동설한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2%로 1년 전보다 무려 1%포인트나 상승했다. 11월 기준으로는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다.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1.4%에 이른다. 졸업 시즌을 맞아 대학생이 취업전선에 대거 뛰어들면 청년 실업률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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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이니 일자리를 국정과제의 최우선에 두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외침이 무색하기만 하다.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까지 설치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의미가 크지만 효험을 보지 못하니 딱하기만 하다. 정부가 역점을 둔 공무원 채용 확대는 당장 이번 통계에서 고용악화의 역설로 돌아왔다.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한 ‘공시족’이 실업자로 분류되면서 청년 실업률이 되레 상승한 것이다.

편향적 노동정책이 일자리 창출의 걸림돌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 고용동향은 경기와 정책에 후행하는 속성이 강해 현재의 통계치만으로 시비를 가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친노동정책이 기업의 채용을 꺼리게 하는 요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람중심 경제를 챙기려다 기업이 뒷전에 밀리면 결국 일자리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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