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법원인 군사법원이 심리해온 박찬주 육군 대장(전 제2작전사령관)의 뇌물 사건 재판을 일반 법원이 맡아야 한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그의 신분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라는 판단에서다.
공소유지도 군 검찰이 아닌 일반 검찰이 맡는다. 이에 따라 군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부실수사 논란을 일으킨 그의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이 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3일 박 전 대장이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군사법원에서 민간법원으로 옮겨달라고 낸 ‘재판권 쟁의에 대한 재정신청’ 사건에서 “군사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재판권이 없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군 인사법에 따라 박 전 대장은 제2작전사령관 보직에서 물러난 지난 8월 9일 전역한 것으로 봐야 하며, 민간인이 된 그에 대한 재판권은 민간법원에 있다고 판단했다.
군 인사법은 장성급 장교를 법이나 대통령령이 정한 직위에 보임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동 전역 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군이 그를 제2작전사령관에서 ‘육군인사사령부 정책연수’라는 법령에 없는 임의 직위에 앉힌 것이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현재 군 영창에 있는 박 전 대장은 원 주거지 인근인 수원교도소로 이감되며 재판도 보통군사법원과 같은 심급인 수원지법이 진행한다. 또 군 검찰이 아닌 일반 검찰이 공소유지를 맡는다. 이에 따라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검찰이 그의 갑질 혐의 등에 대한 재검토와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 대장이 이제 민간인 신분이 된 만큼 갑질 의혹에 대한 고소·고발이 들어올 경우에도 수사가 가능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장은 지난 7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를 시켰다는 등의 갖가지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곧 군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의 갑질 의혹에 대해 “군 최고위급 장성과 가족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며 “관행적 문화에 대한 일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군 검찰은 박 전 대장이 병사를 사적으로 이용한 측면은 있지만, 직권남용죄에 이르지는 않는다며 갑질 혐의를 무혐의 처분했고, 이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군 검찰은 지난 10월 박 전 대장이 고철업자로부터 760여만원의 향응·접대를 받고 그에게 높은 이율로 2억여원을 빌려줬다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형법상 뇌물수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별도의 혐의로 보통군사법원에 구속기소 했다.
한편, 국방부는 “‘군사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재판권이 없다’는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장은 그간 현역 신분으로 재판을 받으며 수천만원 대의 월급을 수령한 만큼 이에 대한 반환 조치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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