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2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면서 세계 10대 무역대국으로 발돋움했지만, 이후 3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요. 물론 올해 재진입에 성공했지만 4차산업혁명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산업구조의 혁신 없이는 무역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의 해외 주재원으로 국내 산업의 수출 현장을 지키고 있는 김윤태(사진) KOTRA 런던 무역관장을 최근 만났다. 방글라데시·미국·스위스·루마니아 등지를 거쳐 현재 런던 무역관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글로벌기업의 경쟁력을 관찰하면서 느꼈던 점을 주제별로 묶어 책을 냈다. ‘한국경제, 유럽 현장에서 답을 찾다(새라의숲 펴냄)’이다.
그는 “1970년대 이후 대기업이 이끄는 중화학 중심의 수출주도형 산업구조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혁신을 통한 산업구조의 개혁, 경제성장 그리고 복지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상반된 듯한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다”라면서 “유럽 국가의 정책과 비즈니스 환경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경쟁력의 원천을 확인하면서 우리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서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책은 영국 노동당 토니 블레어가 1999년 본격 시작한 최저임금제도의 도입 과정, ‘부의 양극화 심화로 터진 민란’이라는 평가를 받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Brexit)’와 이를 받아들이는 영국 현지 분위기 등을 생생하게 전한다. 무엇보다도 책은 2차 산업혁명 이후 유럽 국가가 어떻게 산업경쟁력을 축적했는지 그리고 사회 약자를 보호하면서 동반성장의 가치를 정착시킨 과정 등을 소개하는 주재원의 생생한 현장 보고서 성격이 짙다.
그는 “영국이 과거 대영제국의 빛은 이미 사라졌다고 평가하지만, 혁신을 통한 기업경영의 패러다임 전환이나 인재개발을 위한 교육제도 개선에 집중하는 정책은 고수하고 있다”면서 “구글이 인수 합병한 딥마인드는 영국회사이며, 이를 만든 데미스 허사비스는 수학 천재였다”면서 “4차산업혁명으로 바뀌는 세상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창업 인프라 그리고 학생들이 각자의 재능을 쏟아낼 수 있는 학교의 창의적 교육제도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소프트뱅크가 인수합병한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ARM 역시 케임브리지대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탄생한 강소기업이다.
오랜 해외 수출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 관장은 국내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에 취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잇다. 그는 “영국·독일·스위스 등은 산업인프라와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현존하는 기술 조각을 여럿 모아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상품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 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신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상품에 대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유럽 현지에 최근 K팝 등 한류가 거세지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덕분에 화장품·패션 등 관련 산업 경쟁력이 높다”면서 “그동안 유럽에는 대기업이 품질경쟁력을 갖춰왔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이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99%가 중소기업인 우리나라 직장인의 삶의 질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햇다.
책은 ‘갑질 없는 유럽의 비즈니스 관행’ ‘한 달씩 휴가를 떠나도 경쟁력을 잃지 않는 유럽 강소기업의 비결’ ‘빈부격차, 지역격차로 인한 갈등을 극복한 스위스의 성공노하우’ ‘야근하지 않는 유럽의 기업’ ‘생활임금 등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사회적 합의도출’ 등 대한민국호가 진정한 복지국가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사회적 관심주제가 다양하게 실려있다. 현장에서 전하는 주재원의 생동감 넘치는 유럽 현지 보고서는 현재 한국 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소중한 메시지가 담겨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