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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영화 '강철비' 정우성 "두번째 인생 캐릭터…북한 병사 정형성 깨고 순수·우직함 얹었죠 "



정우성(사진)에게는 늘 1996년 영화 ‘비트’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너무 일찍 만난 ‘인생 캐릭터’ 탓일까. ‘태양은 없다’ ‘무사’ ‘똥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시자들’ ‘마담 뺑덕’ ‘아수라’ ‘더킹’ 등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또 꽤 괜찮은 변신을 했어도 늘 그의 대표작은 ‘비트’였고, 그는 방황하는 청춘의 아이콘 민이였다. 그러나 14일 개봉한 영화 ‘강철비’를 통해 정우성은 그의 상징이자 한계로 발목을 잡았던 비트와 민이를 뛰어넘는 ‘두 번째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남북한 핵전쟁 시나리오를 그린 첩보 액션물이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북한 1호가 치명상을 입자 그를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온 최정예요원 엄철우 역을 맡은 그를 최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우성이 북한 남자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다는 건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는 이 작품에서 평양 사투리,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부성애, 전우애, 분단국가 국민으로서의 슬픔 등 어려운 감정을 비롯해 그의 전매특허인 액션까지 영화의 톤을 정확하게 알고 이를 표현해냈다. 혼신의 힘을 다했던 24년 배우 인생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기존에 다뤄졌던 북한 병사에 대한 정형성을 깨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평양 사투리는 매우 어려웠지만 남자에게 어울리는 톤의 말이더라구요. 현장에서도 계속 북한 사투리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봤죠. 또 배우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엄철우에게 끌렸고 감독님은 철우 역에 정우성의 순수함, 우직함을 그대로 얹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감정을 잘 살린 것 같다 다행입니다.”


‘강철비’는 첩보 액션물답게 빠르고 충격적인 전개로 14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도를 높였다. ‘빵빵’ 터지는 웃음에 감동까지 만들어냈다.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엄철우를 커버하는 남한의 외교안보 수석 곽철우 역의 곽도원과의 ‘케미’가 자연스러운 웃음을 자아냈다. “시사회 때 객석에서 웃음이 많이 터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정우성은 “북핵이라는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에 대한 전제가 있는 작품인 까닭에 어떻게 하면 주제의식과 상황을 잘 보존하면서 가볍게 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웃음을 통해 감정을 강요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을 원한 것도 아니었다”며 “남북한의 두 ‘철우’가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장면들이 유독 많은데, 그 안에서 두 사람만의 공기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도 나왔고 웃음으로 연결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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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민감한 이슈를 다룬 까닭에 숱한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담론을 이야기하고 만들어내는 게 이 영화가 가진 재미 중 하나”라며 “영화에서도 나오듯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핵에 대한 위기의식을 이용하고 국민은 또한 이에 대해 무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영화는 이런 문제를 통해서 북한을 감성적으로 봐야 할지 어떨지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한 거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박진감 넘치기도 하고 웃음도 선사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톤을 지배하는 정서는 슬픔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은 한반도의 외교 안보 상황뿐 아니라 분단의 이유, 북한의 현실, 북한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두 가지 시선 등이 비애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문제는 남북한의 같은 이름을 가진 ‘철우’의 동행을 통해 거대담론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낸 뭉클함은 깊고 진하다. “식당에서 밥 먹을 때 남한의 철우가 수갑을 같이 차면서 ‘이제 우리 같은 편이다’라고 말하는 장면, 남한 철우가 마르고 남루한 북한의 철우한테 ‘살 좀 쪄라’라고 말하는 장면 등이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사진제공=NEW(160550)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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