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석탄을 선언한 이후 전기요금은 어떻게 될까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값싼 원전과 석탄 발전을 줄이고 단가가 높은 신재생 발전을 늘린다면 결국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과 ‘5년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정부의 의견은 충돌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기요금 전망치를 제시하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앞으로 4년 정도는 큰 인상요인 없이 현재 요금을 유지하다가 2022년부터 연평균 1.1~1.3%씩 인상하겠다는 것. 4인 가족 기준으로 현재 한 달에 5만 5,000원가량인 전기요금은 정부 전망대로라면 2030년 6만 1,000원 정도가 되는데요. 이는 월평균 전기요금이 매년 610~720원씩 오르는 셈입니다. 2030년까지 현재 5%도 안 되는 신재생 발전량을 20%까지 늘리면서 전기요금 인상 폭은 정부 주장만큼 현재 대비 10.9%에 그칠 수 있을까요? 신재생 발전 단가가 제일 비싼 데 말이죠.
우선 독일의 사례를 보시죠. 독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인 2012년 6월 노후 원전 8기를 폐쇄하며 ‘2022년 원전제로’를 선언하면서 2000년 독일 전체 전기 생산량의 7%에 불과했던 대체에너지는 2012년 기준 25%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신재생 및 대체에너지로 전력 부족분을 감당하도록 한 독일은 전기요금 상승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이유는 신재생 에너지 송전망 추가,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지원액이 2011년 167억 유로에 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죠. 2012년 기준으로 독일 주택용 전기요금은 1kWh당 35.2센트(약 383원)를 내 약 97원인 우리나라에 4배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독일의 사례는 ‘탈원전과 신재생 확대는 전기요금 폭등’이라는 논리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독일과 우리나라의 사례는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당시는 재생에너지가 비쌀 때였고 하지만 지금은 재생에너지 단가가 떨어졌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죠. 정부주장처럼 2001년 1,330원이던 태양광발전단가(원/kwh)는 2015년 17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산업부는 블룸버그 등 해외 기관의 태양광 모듈가격 전망치와 우리나라의 과거 실적을 반영한 비모듈가격 전망치를 종합해 2030년 신재생의 발전 원가가 올해보다 35.5% 싸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전망이 다소 ‘축소’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우선 정부는 연료비와 물가상승률은 전망치에서 변수로 제외했습니다. 매해 변하는 연료비와 물가상승률을 변수로 집어넣기 어렵다는 것인데요. 값싼 원전과 석탄발전이 우후죽순 들어섰던 지난 13년간 실질 전기요금 인상률은 13.9%. 하지만 물가 상승과 연료비 변동까지 고려한 명목 상승률은 68%에 달합니다. 또 LNG는 연료비 변동 폭이 가장 큰 발전원인데요. 줄어드는 원전과 석탄의 발전량만큼 LNG 발전이 늘어나는데 해외에서 대다수를 수입하는 LNG 가격이 높아지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물론 현재 제도하에서 전기요금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올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떨어트릴 수도 있죠. 다만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데도 올리지 않으면 전력을 구입해 국민에 판매하는 한국전력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한전도 무엇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산업부와 한전은 기업을 상대로 심야에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경부하 시간대 전기요금을 내년부터 인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부하 요금은 전기 부하량이 많지 않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50%까지 할인해주는 제도인데요. 일각에서는 탈원전에 따르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경부하 요금 인상으로 대체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의 할인폭을 10%에서 70%까지 축소할 경우 기업은 연간 최소 4,962억원에서 최대 3조 4,736억원까지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산업부는 “중부하 요금이나 대부하 요금을 반대로 낮추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서 전체 요금은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30년까지는 우리나라 전원 구성이나 전기요금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원전과 석탄이 수명을 다해 본격적으로 퇴출되기 시작하는 2030년 이후라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2030년까지는 원전과 석탄이 버티고 있어 큰 문제가 안 되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며 “원전과 석탄의 수명이 다돼 급감하기 시작하는 이후부터는 (전기요금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