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018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노동 유연성 확보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부대의견으로 넣은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과 정부도 노동 유연성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해당 부대 의견은 ‘정부는 노동 유연성 확보, 세제 혜택,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적시돼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의견 명시를 요구했고 여당과 정부도 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예산안을 정부·여당이 주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부대의견에서는 야당에 양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노동 안정성을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유연성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지적되는 사실이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집권여당 역시 대기업 노조의 여러 문제를 모르지는 않다”고도 했다. 대기업 노조들이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노동 경직성을 높여가는 측면을 지적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역시 “정부는 노동안정성과 함께 유연성 확보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부대 의견이 구속력을 갖고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부대 의견을 남기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노동 안정성을 우선으로 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다소 어긋난다. 당정은 지난 9월 정규직 과보호를 낮추기 위한 장치였던 일반해고 등 ‘양대지침’을 폐지하기도 했다.
또 부대 의견이 예산 정책 방향의 가이드라인으로 실효성을 갖추려면 지시의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건비 지원 사업과 관련, ‘정부는 현행 직접지원 방식의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를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추진 계획과 진행 상황을 2018년 7월 국회에서 해당 위원회에 보고한다’고 명시한 것이 좋은 예다. 반면 노동 유연성 관련 부대의견은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고만 돼 있어 정부에 별다른 압박이 되지 않을 소지가 높다. 기재부는 “당장 노동 유연성 확보 등 방안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모두 노동 유연성 확보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경직된 노동시장은 열악한 노동생산성과 침체 된 잠재성장률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주요 기관도 노동 유연성 확보 등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한국은 137개국 중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 고용 및 해고 관행은 88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 62위 등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