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오만함의 경고등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



해마다 연말이면 한 해 실적 마무리와 다음해 사업계획 조율 등으로 회의가 많다. 회의 참석자 모두 성실하게 회의 자료를 준비하고 또 이를 사전에 공유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회의는 공유한 정보를 토대로 함께 머리를 모아 최선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든다. 내가 아무리 솔직하게 의견을 내라고 해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매번 마찬가지이다. 이런 답답함을 토로하는 다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도 많은 것을 보니 우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실 윗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일은 쉽지 않다. 예전 평사원 시절을 떠올려 봐도 그렇다. 자유롭게 의견을 말했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겪었던 기억도 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직원들이 아니라 리더의 문제라는 결론이 아프게 나온다.

CEO는 어제 이룬 성공의 보답으로 오늘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조직 내 누구보다 더 성공의 경험치가 많을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조직화 돼 있으니 어쩌면 고정관념에 더 많이 빠지게 되는지도 모른다. 당연히 오만함에 빠지기도 쉽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경영자의 오만에 대해서 경고한 바 있다. 경영자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만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경영자가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뜨끔하다. 그동안 회의 때 입을 다물고 있는 직원들을 보며 “왜 내 마음 같지 않은지” 답답해하며 “내가 직원들보다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도 했다. 어쩌면 내게도 이미 오만함의 경고등이 켜진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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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리더의 자신감은 언제나 필요하다. 하지만 이 자신감이 자만감을 넘어 오만함이 될 때 조직은 물론 개인도 망가진다. 흔히 ‘권력은 공감 능력을 죽이는 종양’과 같다고 했다. 실제 많은 심리 연구 결과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역지사지 능력이 하락했다고 한다. 조직 내에서도 리더일수록 아랫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더 떨어지며 점점 더 고정관념에 빠지거나 개인의 통찰력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공을 향한 긴장감을 놓지 않으면서도 공감 능력과 현실성을 잃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은 탁월함과 오만함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자부지수(自負指數)’를 만들어 매일매일 자신의 마음 자세를 가다듬었다.

첫째, 나는 교만해지지 않았는가. 둘째, 나는 타인의 바른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하지 않았는가. 셋째, 나는 내 말과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넷째, 나는 어떤 문제와 그 결과에 대한 해결책을 가져오는 통찰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이 모든 성공의 기본이라고 말한 리 회장의 자부지수를 통해 오만함의 경고등을 점검해본다.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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