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의 기획사 클립서비스는 16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누적 관객수가 2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1월 100만 관객 돌파 이후 9년 만이다.
뮤지컬 업계에서 200만 관객은 누적 매출액 2,000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기준이다. 대형 뮤지컬의 평균 티켓 값이 약 10만원으로 영화 티켓의 10배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영화가 2,000만 관객을 끌어모은 것과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전국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와 달리 한정된 공간에서 공연하고 지방 투어도 제한적인 뮤지컬의 특성상 단일 작품이 200만 관객을 달성한다는 것은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 전국구 팬을 확보한 스테디셀러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용관 운영은커녕 1년 이상 장기상연도 불가능한 국내 시장에서 한 시즌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공연은 손에 꼽을 정도다.
◇’캣츠’의 성공비결=‘캣츠’는 1994년 삼성영상사업단이 정식 투어 공연으로 첫 선을 보이기 전부터 해적판이 공연될 정도로 뮤지컬 시장 초기부터 공연예술의 대명사로 꼽혔던 작품이다. 세 번째 프로덕션을 선보인 2003년에는 오리지널 내한 공연 최초로, 9개월에 달하는 최장기 전국투어에 나서 뮤지컬 관객 저변 확대에 앞장서기도 했다. 대부분의 대형 뮤지컬이 지방투어를 진행하더라도 부산, 대구, 대전 등 3~4개 광역 도시 공연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공연한 도시가 22곳에 이른다는 점은 이례적인 기록이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24년간 서울에서만 열 차례, 지방 22개 도시를 포함해 1,450회 이상 공연한 배경에는 전국에 분포된 두터운 관객층이 있다”며 “지방 관객은 전체의 40% 차지를 차지하며 캣츠 흥행 신화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성별 관객층이 고르게 분산돼 있다는 점 역시 ‘캣츠’의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비싼 티켓 가격 탓에 성인 관객을 겨냥한 작품이 대부분인 국내 뮤지컬 시장의 특성상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가족 뮤지컬은 설 자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캣츠는 20~40대는 물론 50~60대 관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특히 여성 관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여느 뮤지컬과 달리 캣츠의 남녀 관객 비율은 55대 45로 고르다.
한국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캣츠 신화는 콘텐츠 산업의 파급효과 차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총 10차례 공연에서 참여한 배우만 263명, 스태프까지 3,000여명으로 중소기업 10개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자랑한다. 2,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은 국내 최다 판매 문학도서인 해리포터 누적 매출에 맞먹고 할리우드 영화 중 국내 최다 관객몰이에 성공한 ‘아바타’와 ‘어벤져스2’를 합친 성과와 유사하다.
◇200만 돌파, 다음은?=뮤지컬 업계에서는 캣츠에 이어 ‘밀리언 클럽’ 작품들의 200만 관객 달성이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총 6개. 가장 먼저 밀리언셀러 시대를 연 창작뮤지컬 ‘명성황후’는 뮤지컬계의 대부 윤호진 대표가 이끄는 에이콤인터내셔널의 대표작으로 명성황후 시해라는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만들어내며 20년 넘게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7년 명성황후가 처음으로 ‘밀리언클럽 시대’를 연데 이어 2009년에는 캣츠, 2010년에는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가 초연 7년 만에 팝그룹 아바의 음악과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적인 스토리에 힘 입어 100만 관객을 달성했고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공연 당시 200만 관객 시대를 열 첫 작품으로 꼽혔던 맘마미아의 경우 지금까지 누적 관객수가 195만명으로 단 한 번의 프로덕션만으로도 200만 관객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내년 23주년을 맞아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돌아오는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역시 지난해 공연에서 이미 누적 관객수 150만명을 돌파하며 창작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캣츠’의 관객 200만명 돌파로 국내 뮤지컬도 대중화의 초석을 닦게 됐다”며 “캣츠의 성공을 선례로 삼아 뮤지컬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관객 저변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국내 뮤지컬 산업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 200만 시대 개막’에 발맞춰 시장을 대표하는 공인 통계 없이 각 기획사의 자체 집계 기준에 의존하는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매주 관객수부터 수익률까지 모든 성과를 대중에 공개하는 브로드웨이와 달리 국내에선 관객수, 유료 관객비율 등의 모든 흥행 지표 공개 여부를 각 기획사 재량에 맡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부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추진해왔지만 인터파크 등 일부 판매사와 기획사, 중소 공연장들의 뜨뜻미지근한 반응 속에 반쪽짜리 통계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공표된 누적 관객수, 유료 관객비율 등 모든 수치는 기획사들의 자체 집계 결과다. 원 교수는 “미국 브로드웨이 등 공연시장이 발전한 곳은 모두 흥행 성적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본적인 데이터는 산업 발전을 위해 필수인 만큼 정부는 물론 업계와 언론이 나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