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폭격기와 전투기를 포함한 군용기 5대가 18일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 이틀 만에 벌어진 일로 방중 성과를 후하게 평가한 청와대와 달리 중국은 냉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전10시10분께 중국 국적의 군용기 5대가 이어도 서남방에서 KADIZ로 진입하는 것을 포착하고 우리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중국 국적 군용기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내 비행 후 KADIZ를 경유, 오후1시47분께 이어도 서방 KADIZ 외곽 지역에서 중국 방향으로 최종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도 서남쪽 한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중첩 구역으로 들어온 이들 중국 군용기는 중첩 구역이 아닌 KADIZ에서도 비행한 뒤 JADIZ에 진입해 비행하다가 다시 KADIZ를 거쳐 중국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KADIZ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는 H-6 폭격기 2대, J-11 전투기 2대, TU-154 정찰기 1대 등 총 5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중국 군용기 5대가 KADIZ로 접근하던 오전10시2분께 이들을 포착하고 F-15K와 KF-16 전투기 편대를 긴급 출격시켰다. 합참은 “우리 군은 이어도 서남방 지역에서 미상 항적을 최초 포착한 뒤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중국군 핫라인을 이용, 미상항적이 중국 국적의 군용기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중국군은 핫라인을 통해 군용기 5대의 KADIZ 진입이 ‘일상적 훈련’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중국군의 정확한 의도는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긴급 출격한 우리 전투기는 중국 국적 군용기의 기종을 식별한 후 KADIZ 최종 이탈 시까지 감시 비행을 실시하는 등 정상적인 전술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군의 침범은 한반도 평화를 골자로 한 ‘4대 원칙’에 한중 정상이 합의(14일)한 지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방중으로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4대 원칙 등 정치·안보 분야까지 포함해 한중관계의 전면적인 정상화와 협력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서 매우 내실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날 중국의 침범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방중 결과를 종합해서 직접 평가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청와대가 한중 정상회담을 높게 평가한 것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한중관계에 의문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은 지난 1월에도 군용기 10여대가 KADIZ를 침범한 바 있다.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압박 의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국회에서 보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