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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전여빈, “‘죄 많은 소녀’는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배우 전여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죄 많은 소녀’(원제도 ‘after my death’)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 언론과 평단,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괴물 신인으로 우뚝 섰다. 최근 막을 내린 서울독립영화제에선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충무로의 떠오르는 신예임에 분명하다. 막상 그녀는 ‘제가 어떤 배우일까요?’라며 수줍게 되물었다.

‘씩씩함’과 ‘외로움’ 양극단을 오가는 배우 전여빈은 뒤늦게 연기를 시작해, <간신>(2015), <우리 손자 베스트>(2016), <여자들>(2017), <동승>(2017),<죄 많은 소녀>(2017) 등 다수의 단편/장편영화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고, 뮤직비디오, CF 등에서도 활약하며 얼굴을 알렸다.


“29살까지만 연기하고 안 되면 마음을 버리려고 했다”고 말한 전여빈에게 “‘죄 많은 소녀’는 마지막으로 다가온 기회”였다. 그래서 더더욱 간절했고 뜨거웠다.

“배우는 작품을 만나야 발현 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배우는 연기 할 수 있는 무대가 있어야 빛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렇지 못한 저를 보면서 본의 아니게 가족들의 걱정을 사게 됐어요. 물론 일상에서도 사람을 만나면서 관계들이 빛날 수 있지만 연기를 꿈 꾸는 배우라는 걸 내려 놓긴 힘들었어요.”

“스스로 나의 몫을 다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라고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와의 기한을 정했다고 한다. “딱 약속한 시간까지는 도전을 하면서 엄마를 괴롭히고, 그래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배우가 아닌 또 다른 행복한 일을 찾아보겠다”고 마음 먹은 것. 간절함은 통했고, 행운의 작품이 찾아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는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비극과 모순을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 친구의 죽음은 김의석 감독이 직접 겪었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그 중심엔 지독할 만큼 이해 받지 못한 인물 ‘영희’로 분한 전여빈이 있다. 어른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자살을 부추긴 것으로 의심받는자‘로 낙인찍힌 채 고통을 당하는 소녀다. 무언의 목소리를 힘겹게 내뱉지만 더더욱 지독한 벽에 부딪치는 영희의 모습에 관객들의 가슴은 더욱 아파올지도 혹은 답답함의 밀도가 커질지 모르겠다.

배우 전여빈배우 전여빈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는 결국 사람,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고 했다. 하지만 곧 “아직 개봉 전이라 한마디로 말하기 힘들다. 나의 어떤 말들로 어떤 막을 먼저 씌울까봐 두렵다”고 털어놨다.

‘죄 많은 소녀’는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고도 치열하게 들여다본다. 그렇기에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촬영을 하면서도 “‘좋은 작품을 하고 있다. 멋있는 영화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동료의식이 싹 텄다고 한다. 그렇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배우로서는 2번 다시 없을 기회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애를 많이 써야 했던 작업이었다. 저 뿐만 아니라 거기에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 모든 스태프들이 마냥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제가 생각할 땐 감정의 섬세한 심리들이 막 치열하게 오가고 어떨 땐 숨겨지기도 하고, 극에 달하기도 했다. 세밀하고 치열한 심리를 잡으려고 많이 집중해야 했다.”

영화 ‘죄 많은 소녀’ 스틸영화 ‘죄 많은 소녀’ 스틸



전여빈의 외모만 놓고 보면면 화려한 연예인형 얼굴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쪽에 가깝다. 그는 “전 제 얼굴이 좋다. 오히려 비어있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그의 얼굴 속엔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중학교 때 ‘노력상’을 받은 게 상의 전부였던 소녀는 학창시절 내내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이후 영화제 스태프, 연극 조연출, 뮤지컬 스태프 등의 일을 하면서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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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엔 장진 감독이 있는 ‘필름있수다’를 찾아가 ‘배우가 필요하면 나를 생각해달라’라고 당찬 프로포즈를 하기에 이른다. 물론 그런 선언을 하기 전 이미 약 6개월간 장진 감독 사단의 연극 스태프 일을 한 적이 있어 소속사 식구들과 안면은 있던 사이였다. 하지만 신인 배우가 포부도 당당하게 자신을 써달라고 말하긴 쉽진 않다. 그렇게 강력하게 본인을 어필하며 ‘필름있수다’ 소속 배우가 된 전여빈은 장감독의 지지 속에 힘찬 걸음을 걷고 있다.

2017년은 전여빈에게 행운이 샘솟는 해이다. 부국제 올해의 배우상에 이어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독립스타상을 연달아 수상한 것. 부국제 수상일 전날 아침에 김의석 감독은 “여빈씨에게 축하해줄 일이 있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며 수상 소식을 넌지시 알렸다고 한다. 수상 소식에 그 누구보다 기뻐한 이는 그녀의 엄마였다. “엄마한테 수상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니까. ‘네가 고생을 많이 했잖아’ 라고 말하면서 펑펑 우셨다. 사실 저는 고생한 건 없는데, 엄마가 기뻐하니까 좋았다.”

‘서독제’ 수상은 딸의 귀띔 없이도 엄마가 먼저 알아차리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딸이 ‘어떻게 알았어?’라고 놀랐더니 ‘엄마는 다 안단다’고 행복한 농담을 하기도. 이에 딸은 ‘엄마 검색 좀 그만해’라고 밉지 않은 앙탈을 부리기도. 물론 엄마는 ‘딸아, 초심을 잃지 마라’며 명쾌한 조언으로 맞받아친다.





인터뷰 내내 웃음과 눈물의 파고를 넘나든 전여빈은 학창시절 다양한 불안함을 경험 했다고 한다. 그 때의 시간들을 지나면서 ‘지금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했다. “이미 지나가버린 순간, 다가올 순간들을 함부로 재지 않고, 함부로 걱정하지 않고자 한다. 지난 시간들은 그런 불안함을 단련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감정 앞에서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단해지는 거랑 무뎌지는 거랑은 분명 다르니까”란 말과 함께.

“너무 들뜨지도 말고, 그렇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또 좋은 내일을 만나기 위해 오늘은 뭘 하면 좋을까?를 생각한다. 건강한 몸에서 최상의 것이 나올 수 있기에 건강한 정신에 집중을 많이 기울이고 있어요. ”

전여빈 앞에 펼쳐진 건강한 2018년 첫걸음이 기대된다. 아름다운 배우 전여빈이 활짝 웃는다.

한편,‘죄 많은 소녀’는 ‘2017 CINE ICON: KT&G 상상마당 배우기획전’에 선정 돼, 22일 홍대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에서 단 하루 만날 수 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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