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잘못된 공약 과감히 접은 佛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출력이 불안정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일의 탈(脫)원전을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다. 올 5월 대선 때 공약했던 ‘원자력발전 단계적 축소’를 사실상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7월에 로드맵까지 발표하며 원전 축소를 공언해온 마크롱 정부가 공약을 뒤집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원전을 줄이면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기는데다 석탄화력발전 의존도만 높아져 되레 환경악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약 파기는 어느 나라 정치인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대선 공약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지층 이탈 등 정치적 타격이 예상되는데도 마크롱 대통령은 현실성 없는 공약을 과감히 접었다. 박수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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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의 선택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 정부는 대선 공약이라며 탈원전,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등 포퓰리즘 공약 이행을 강행하고 있다. 대부분 실천방안은 보이지 않고 장밋빛 목표와 방향만 제시된 상태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복지 공약은 재원조달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봤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특히 법인세는 글로벌 흐름에 역주행하고 있다.

벌써 부작용이 속출하고 공약에 꿰맞춘 듯한 주먹구구식 정책까지 보인다. 이러니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선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공약을 모두 밀어붙일 태세니 걱정스럽다. 새 정부가 정말로 혁신성장을 바란다면 현실과 동떨어지고 역주행하는 공약의 구조조정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제라도 공약을 재점검해 잘못된 것은 수정하거나 중단해야 할 것이다. 마크롱 정부처럼 무리한 공약을 폐기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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