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가습기TF, 외압 의혹 못 밝힌 '반쪽'결론만

TF 4명중 3명 공정위 근무 경력

조사권 없어 예상된 결과 지적도

김상조 "피해자들께 사죄드린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심의절차 종료로 의결해 ‘면죄부’ 논란을 빚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사건 처리 경위를 두고 민간 전문가 중심 태스크포스(TF)가 19일 “실체적·절차적 측면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을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해 다음달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윗선 외압’, 내부 재심의 의견 묵살 등 일부 의혹은 여전히 남아 이번 TF 결과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TF 4명 중 3명이 공정위 근무 경력자로 채워진데다 조사권 없이 시작한 데 따른 예상됐던 결과라는 얘기다.

2015A06 가습기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를 팀장으로 꾸려진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는 이날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최종 보고서 결과를 발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피해자들께 사죄드린다”며 “이 안건에 대해 가장 신중하고도 합리적으로 결론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뒷북’ 조사뿐 아니라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TF는 공정위가 2016년 8월 SK케미칼과 애경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심의절차 종료로 의결한 데 대해 “입법 취지와 표시광고의 사회적 기능에 비춰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했다”며 내용상 잘못이 있다고 봤다. 앞서 SK케미칼과 애경은 독성물질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주성분인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하면서 인체위해성을 제품 라벨에 표시하지 않은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물질의 인체위해성 여부에 대한 환경부의 연구 결과가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이는 혐의에 대한 판단 자체를 중단하는 것으로 사실상 무혐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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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인 문제도 발견됐다. 당시 최종 합의는 공정위 소회의 위원들 간 대면회의가 아닌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그 결과 최종 합의 전날 환경부가 이 사건 제품을 사용해 폐손상을 입은 2명을 피해자로 추가 인정한 사실을 위원들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심의절차 종료의 근거였던 환경부 연구 내용에 대해서도 위원들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TF 결과에도 여전히 일부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공정위 소위원회의 심의절차 종료 후인 지난해 10월 공정위 내부에서 이 사건을 재심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음에도 전원회의에서 수용되지 않은 사실이 대표적이다. 당시 소회의 위원들이 전원회의에 상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윗선의 정치적 외압’에 따라 무산됐다는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TF는 따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추천으로 TF에 합류한 박태현 강원대 교수는 “공정위 내부의 법 전문가들로 구성된데다 강제조사권도 없는 TF로서는 (정치적 외압 문제는) 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TF가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음에도 책임자 징계나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이 나오지 않은 점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공정위가 수많은 증거자료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 문제로 적절한 사건 처리를 묵과해온 데 대해 단호하게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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