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애인 있어요

이정희 作

2015A38 시로여는수욜




여든세 살 그 여자


노래 부르네

애인 있어요

전국노래자랑에서 부르네

다리가 후들거리고

목소리가 떨리네

기울어진 백발로

뿌리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숨

윗줄기 잡기 전

마지막 안간힘으로

내민 뼈마디

허공으로 벋는 나팔꽃 덩굴손

흔들리지 않고는

그대에게 닿을 수 없네


며늘아, 남우세스럽다 채널 돌리지 마라. 여든세 살에 노래도 못 부르고, 애인도 없고, 전국노래자랑도 못 나가고, 후들거리며 세울 다리도 없고, 떨리는 목소리도 없고, 나부낄 백발도 없고, 숨소리도 쇠약하고, 한 세상 살아온 불거진 뼈마디도 없이 구들장 지고 있으면 누구 신세 편할까? 살아보니 삶이란 흔들리는 것이더라. 안 죽어봤어도 멈춘 건 죽음이더라. 서리 맞은 꽃이 더 아름답고, 지기 전의 태양이 더 빛나더라. 노래하고 춤추고 연애하리라. 미리 죽은 체 하지 마라. 삶은 살아 있는 한 삶이더라.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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