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세 살 그 여자
노래 부르네
애인 있어요
전국노래자랑에서 부르네
다리가 후들거리고
목소리가 떨리네
기울어진 백발로
뿌리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숨
윗줄기 잡기 전
마지막 안간힘으로
내민 뼈마디
허공으로 벋는 나팔꽃 덩굴손
흔들리지 않고는
그대에게 닿을 수 없네
며늘아, 남우세스럽다 채널 돌리지 마라. 여든세 살에 노래도 못 부르고, 애인도 없고, 전국노래자랑도 못 나가고, 후들거리며 세울 다리도 없고, 떨리는 목소리도 없고, 나부낄 백발도 없고, 숨소리도 쇠약하고, 한 세상 살아온 불거진 뼈마디도 없이 구들장 지고 있으면 누구 신세 편할까? 살아보니 삶이란 흔들리는 것이더라. 안 죽어봤어도 멈춘 건 죽음이더라. 서리 맞은 꽃이 더 아름답고, 지기 전의 태양이 더 빛나더라. 노래하고 춤추고 연애하리라. 미리 죽은 체 하지 마라. 삶은 살아 있는 한 삶이더라.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