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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둘이 살기도 빠듯한데…애를 낳아 키우자고?"

3년차 부부 임신 소식에 갈등 증폭

젊은 세대 팍팍한 삶 그대로 반영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아내 선미 역의 배우 김선영과 남편 종철 역의 배우 이주원이 열연하고 있다. 시계 소리와 커튼만으로 시공간을 분리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사진제공=극단 산수유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아내 선미 역의 배우 김선영과 남편 종철 역의 배우 이주원이 열연하고 있다. 시계 소리와 커튼만으로 시공간을 분리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사진제공=극단 산수유


결혼 3년차를 맞은 한 부부가 있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극단 산수유)의 주인공인 남편 종철과 아내 선미는 같은 직장에서 각각 배달 운전수, 판매 직원으로 일한다. 고학력도, 부유층도 아닌 이들 부부는 매일 밤 TV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수다를 떨고 생고기로 요리한 스테이크 한 덩이에 함박웃음을 짓는 평범한 부부다.

그런데 어느 날,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꾸려나가던 이들 부부의 관계는 선미가 뜻하지 않게 아이를 갖게 되면서 위태로워지기 시작한다. 맞벌이로 버는 한 달 308만원의 수입은 두 사람이 어쩌다 한 번 5만원짜리 외식을 즐기고 경차를 굴리고, 결혼기념일 자축용 와인 한 병의 사치를 부리기엔 그럭저럭 괜찮지만 식구가 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장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비정규직인 선미는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선미와 아이를 지우려는 종철의 갈등은 함께 출산 후 지출 계획을 세우는 장면에서 극에 달한다. 차도 팔고 청약저축과 보험도 깨고 줄일 수 있는 지출은 모두 줄여보려 하지만 그 결과 위협받는 것은 두 사람의 삶이다.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불안과 절망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연극은 넌지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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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아내 선미 역의 배우 김선영과 남편 종철 역의 배우 이주원이 열연하고 있다. 시계 소리와 커튼만으로 시공간을 분리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사진제공=극단 산수유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아내 선미 역의 배우 김선영과 남편 종철 역의 배우 이주원이 열연하고 있다. 시계 소리와 커튼만으로 시공간을 분리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사진제공=극단 산수유


10년 전 아르코예술극장의 기획공연으로 발굴됐던 이 작품은 도시 하층계급 노동자의 삶을 주로 다뤄온 독일의 극작가 프란츠 크사버 그뢰츠의 ‘오버외스터라이히’를 번안한 작품이다. 오버외스터라이히는 독일의 지방 소도시로 극단 산수유는 원작의 골격 속에 한국의 현실을 녹여냈고 작품의 제목도 ‘경남 창녕군 길곡면’으로 바꿨다. 10주년을 기념해 이주원, 김선영, 주인영 등 초연 당시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선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아내 선미 역의 배우 김선영과 남편 종철 역의 배우 이주원이 열연하고 있다. 시계 소리와 커튼만으로 시공간을 분리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사진제공=극단 산수유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아내 선미 역의 배우 김선영과 남편 종철 역의 배우 이주원이 열연하고 있다. 시계 소리와 커튼만으로 시공간을 분리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사진제공=극단 산수유


연출의 글에서 류주연 극단 산수유 대표는 “초연으로부터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만큼 연출도 배우도 스태프도 늙었다”며 ‘늙음은 고루할까 심오할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안타깝게도 10년 전 만들어진 연극이 비추는 팍팍한 현실은 갓 터진 꽃망울처럼 질 줄을 모른다. 내년 1월2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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