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멀티숍 ABC마트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해 업계 최초로 연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매장 수도 최근 200호점을 넘어선 것. 2·3위 업체가 연 매출 1,000억 원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ABC마트의 독주 체제가 굳혀진 셈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BC마트의 올해 매출은 5,2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8년 1,000억 원을 돌파한 가운데 2011년 2,622억 원, 2014년 4,079억 원 등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장 수도 2003년에는 10개에 불과했지만 설립 10년 만에 100호점, 15년 만에 200호점을 돌파했다.
지난 2002년 압구정동 1호점으로 시작할 당시 일본 ABC마트는 지분 51%의 한일 합작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일본 본사가 지분을 계속 늘리면서 현재 일본 본사 지분이 100%에 가까운 상황이다. 사실상 일본 기업이 된 셈이다.
ABC마트가 신발 멀티숍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은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린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매장 수를 늘리며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사 PB 상품 개발도 한몫을 했다. ABC마트의 자사 상품 비중은 전체 매출의 20~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채널 다각화 및 상권 분석에 따른 매장 입점도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ABC마트는 타깃층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콘셉트의 채널을 구축했다. 전 연령층을 공략하는 일반 ABC마트 매장부터 스포츠 슈즈 전문 매장 ‘메가스테이지’, 백화점에 입점한 고급 편집숍 ‘프리미어 스테이지’ 등 다양한 유통 채널로 운영되고 있다. 덧붙여 각 상권 특성에 맞는 매장을 입점시키고 있다.
한 예로 대학 상권에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메가스테이지 매장을, 가족 단위의 소비자가 많은 지역에는 온 가족 신발 쇼핑이 가능한 일반 ABC마트를 입점 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홍대에는 ABC마트, ABC마트 메가스테이지, ABC마트 그랜드스테이지, 온더스팟 등 총 4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핵심 상권 내의 다양한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ABC마트가 독주하면서 한국 토종 신발 멀티숍들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슈마커, 레스모아, 폴더 등 토종 신발 멀티숍들의 경우 올해 매출이 1,000억 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2~3년간 거의 매출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신발 멀티숍 시장에서 ABC마트의 점유율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본사에서 한국 ABC마트에 투자하는 자본력을 이기기가 힘들다”며 “핵심 상권, 목 좋은 곳에 매장을 갖추고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PB를 띄우는 등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고 있어 국내 업체와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