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사이언스]선임기자가 간다-한국후지제록스 인천공장

중고 복합기가 새 기계로 변신...싸게 공급·환경보호 '일석이조'

2011년 리사이클센터 구축

폐기물 99.9% 재자원화 나서

신제품 절반가격으로 되팔아

김찬우 한국후지제록스 개발생산본부장이 토너 카트리지 재활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김찬우 한국후지제록스 개발생산본부장이 토너 카트리지 재활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한국후지제록스(FUJI XEROX) 개발생산본부. ㄷ자 모양의 공장 한편에서 전국에서 수거된 중고 복합기(복사·프린트·스캔·팩스 통합지원) 등의 재생을 위한 노동자들의 손놀림이 한창이었다. 사무실에 임대하거나 판매했던 복합기를 수거해 분해한 뒤 부품 대부분을 재활용해 사실상 새 기계로 탄생시키는 과정이다. 중고품 상태에 따라 신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재제조를 하거나 부품· 원재료로 재활용한다.

1975년에 준공된 공장이라 겉보기에는 낡았으나 안에서는 첨단 리사이클링(recycling·자원 절약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불용품과 폐기물을 재생하는 것)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기복 한국후지제록스 생산혁신부장은 “중국에서 수거된 복합기를 보면 너덜너덜한 것도 많지만 우리는 비용을 들여 매달 2,000대 정도를 수거하는데 비교적 깨끗하게 사용해 재활용하기가 낫다”면서 “중고품을 새로 단장해 신제품의 절반 수준에 팔아 소비자도 좋고 환경도 보호하고 1석2조”라며 활짝 웃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당초 후지제록스가 지난 2004년 태국에 설립한 재활용 거점(FXEM)에 복합기 등을 보내 재활용에 나섰으나 유해 폐기물 수출 제한 규제 등으로 2011년 인천 공장에 리사이클센터를 구축했다. 외국으로 쓰레기를 보내려면 환경에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후지제록스는 1995년 일본, 2004년 태국, 2007년 대만, 2008년 중국, 2012년 호주, 뉴질랜드에 재활용 거점을 마련했다.

한기복 한국후지제록스 생산혁신부장.한기복 한국후지제록스 생산혁신부장.


이 회사는 사무실에서도 발광다이오드(LED) 형광등에 모두 줄을 달아 식사나 회의를 위해 자리를 비우면 꼭 불을 끄고 실내 온도도 높지 않게 유지한다. 재활용센터 옆 R&D(연구개발)센터에서는 아예 부품 재사용을 전제로 제품 기획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0년 전부터는 옥수수나 목재 등의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을 사용해 현재 그 비중을 50% 정도까지 높였다. 기존 토너에 비해 10도 낮은 온도에서도 정교한 이미지를 재연해 에너지를 줄이도록 했다. 출력 방식도 잉크 대신 레이저를 써 처음 가격은 비싸지만 유지 비용이 저렴하고 품질을 좋게 했다. 지속가능한 삼림(森林)관리 실천업체(FSC인증)에서 용지를 조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는 사무기기 판매뿐만 아니라 문서 절감과 보안 관리, 타 기기와 연계한 친환경 사무환경 구축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비중이 전체 매출(연 4,000억원가량)의 절반이나 된다. 컨설팅을 통해 장비와 솔루션을 넣고 유지관리를 대행하는데 복합기를 적게 투입하면서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워크 환경을 구축한다. 상업용 인쇄 장비를 팔 때도 솔루션을 같이 넣는다.

관련기사



김찬우 한국후지제록스 개발생산본부장은 “대부분 폐기물을 재활용하지 않고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내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국후지제록스는 99.9% 재자원화를 꾀하고 있다”며 “유해 화학물질을 버리지 않고 CO2(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 억제에 동참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 회사의 경쟁사는 신도리코, 롯데캐논, HP(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인수) 등을 들 수 있다. 그는 이어 “중고품을 회수, 새 생명을 부여해 보람이 크지만 자동차 업계 등과 달리 복사기 업계는 리사이클링 관련 법적 규정이나 인증제도가 미흡한데 환경부가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후지제록스그룹은 복합기의 90%가량을 중국 선전과 상하이 공장에서 만드는데 한국후지제록스도 과거에는 직접 제조했지만 지금은 중국에 화상처리 등 고기능 부품은 일부 수출하고 대부분 부품을 수입해 조립·판매한다. /인천=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