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융 혁신 한다더니…결국 당국 '코드자문'

혁신위 "금융사 지배구조 대수술 하라"

지주회장 연임 억제 등 입맛 맞춰

금융위 조직 기능별 개편 권고도

2115A10 금융혁신위 권고안 주요 내용





금융위원회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권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하고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금융당국과 한 박자를 맞추면서 ‘코드 자문위’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와 당국 간 주장을 면밀히 검토한 후 균형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민간 혁신위가 금융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주장해 스스로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기사



20일 혁신위가 발표한 권고안에 따르면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지난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내년 도입을 명시화한 사안이다. 이 같은 권고안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한 행사에서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취지 자체는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며 “매우 큰 노사 현안을 금융권에 먼저 적용하기보다는 전반적인 논의와 합의가 먼저 이뤄지고 그 틀에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느 선까지 도입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사회적인 논의가 진전되면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한 달여 뒤 혁신위가 권고안을 통해 쐐기를 박은 것이다. 윤석헌 혁신위원장도 “국정과제에 따라 금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라”며 사실상 정부 의지를 그대로 반영했다. 혁신위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하고 금융위가 수용하면 내년부터 금융공기관은 이사회 구성 등에 있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혁신위는 금융공기관에 이어 민간 금융회사에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사실상 권고했다.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았을 정도로 민간 금융회사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모험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해관계자 간 심도 있는 논의 후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한 것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라 주주 이익이 침해되고 이사회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혁신안에서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도입의 모범국가인 독일도 경영과 감독이 분리돼 있어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할 뿐 실질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민간 전문가들이 모인 자문위답지 않게 당국의 목소리만 반영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윤 위원장은 “현재 최고경영자(CEO)가 이사들을 선임하고 그 이사들이 또다시 동일한 CEO를 재선임하는 식으로 ‘셀프 연임’이 됐고 이를 통해 그들만의 참호를 구축했다”며 금융권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혁신위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등 비실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삼성 측은 오래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사안인데 이제 와서 다시 문제제기를 하는 데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김기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