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당국 지배구조 수술 외친날 '親盧' 부회장 앉히려는 KB

계열사 CEO 위에 고문역 검토

혁신위는 노동이사제 등 권고

금융당국의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손보라고 권고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최흥식 금융감독원장→금융위 자문기구’ 등이 차례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위가 지배구조 수술을 외친 날 KB금융지주는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함께 주요 계열사인 부동산신탁에 부회장 직제를 신설하고 친노 인사를 앉히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사장 위에 고문격인 부회장 자리를 만들고 현 정부와 친분이 있는 인사를 앉히려는 것인데 누가 봐도 금융당국의 외압이 작용한 결과라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혁신위는 20일 금융지주 회장 선정 시 주주들이 직접 나서 후보군을 추천하게 하고 회장 선출 회의체인 회장추천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금융행정혁신 보고서’ 최종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해왔다.


혁신위 발표와 동시에 KB금융은 계열사인 부동산신탁에 고문역할을 하는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으로 대표적 친노 인사 중 한 명인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현 케이리츠앤파트너스 대표)을 선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자 외풍을 막기 위해 고육책으로 친노 인사를 영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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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융혁신위는 이날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자격요건 신설을 권고했다. ‘금융업 관련 5년 이상 경험자’만 회장이 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일부에서는 금융회사별로 내부 규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국의 입맛에 맞는 자격요건 제한이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장 후보 추천 및 선정 과정에서도 외부 영향력을 강화하도록 했다. 주주가 회장 후보 및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하는 회추위 멤버에 외부 인사가 포함되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금융회사 CEO 후보 선정에서 최종 선임까지 전 과정에 걸쳐 외부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노동이사제 도입도 사실상 의무화했다. 정부가 지분 100%를 가진 금융 공공기관에는 즉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했고 민간 금융회사에도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금융회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정부가 관치(官治)를 넘어 노치(勞治)까지 공식화했다는 점에서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도 인사철마다 회사가 외부세력의 놀이터가 되는데 앞으로 사외이사 및 회추위 구성, 회장 후보 선출까지 외부에 맡기겠다고 하면 어떤 CEO가 중심을 잡고 일할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서일범·황정원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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