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헝거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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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세워진 독재국가 ‘판엠’. 주변 12개 구역은 모든 부(富)가 집중된 수도 ‘캐피톨’에 저항해 반란을 일으키지만 실패로 끝나고 만다. 반란을 진압한 판엠에서는 공포정치가 확산되고 급기야 반란구역에서 각각 12~18세 소년소녀 24명을 뽑아 야외경기장에 풀어놓은 뒤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게임을 매년 벌인다. 이 모든 과정은 TV쇼를 통해 24시간 생중계된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수전 콜린스가 2009년에 출간한 3부작 SF소설 ‘헝거게임(Hunger Game)’의 내용이다. 소설은 출간 이후 52개국에서 8,00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영화와 TV 시리즈물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물론 죽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년소녀들은 목숨을 건 경쟁 속에서 사랑을 싹 틔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영화의 핵심 소재는 어린 소년소녀들이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게임을 벌이는, 비인간적 전쟁이다. 작가 콜린스는 일반인들이 경쟁을 벌여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한 TV채널의 리얼리티쇼와 이라크전쟁의 영상에서 헝거게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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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이전에 비슷한 소재로 화제를 일으킨 작품은 또 있다. 일본 작가 다카미 고슌이 쓴 ‘배틀로열(Battle Royale)’은 동아시아 전체주의 국가인 ‘대동아공화국’이 중학교 3학년생들을 작은 무인도 ‘오키시마’로 끌고 가 강제로 서로 죽이도록 하는 잔인한 살인게임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소재의 잔인성으로 치면 헝거게임보다 한수 위다. 비슷한 소재 때문에 헝거게임은 출간 직후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의 갑작스러운 자살이 우리 사회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은 K팝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벌어져 우리 아이돌 산업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한 전문매체는 한국 연예산업이 잔인할 정도로 강한 경쟁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를 소설 ‘헝거게임’에 비유했다고 한다. 씁쓸한 것은 이 매체의 표현이 ‘지나친 과장’이라고 반박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정두환 논설위원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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