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들은 버블 붕괴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요즘 신생기업들의 문제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2015년 말 이 컬럼을 시작했을 때, ‘테크 붐’은 붕괴 위기에 몰려 있는 것 같았다. 뮤추얼펀드와 기관투자자들은 고평가 된 대규모 비상장 스타트업들에 돈을 쏟아 부으며 소위 ‘유니콘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갑자기 투자자들이 잘못된 베팅으로 낭패를 보면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가치평가 절하와 수익 목표 미달성, 현금 부족, 인수 실패가 승승장구하던 사업에 찬물을 끼얹었다. 투자자들이 지난 몇 년간 논쟁을 벌이며 초조해 했던 질문을 그 누구도 더 이상 던지지 않게 되었다. 지금이 IT 거품의 시대일까? 아무 것도 꺼지지 않았고, 더 이상 버블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거의 3년 동안 27개 칼럼을 작성한 지금, 그런 질문은 더 이상 논의 중심이 되지 않고 있다. 테크 붐이 이는 동안 초조해 할 문제가 더 많이 발생했다. 점점 증가하는 내부 고발자들 탓에 성차별주의와 성희롱 같은 위험한 사내 문화가 화두로 떠올라 문제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스타트업의 어두운 행태들이 일부 세상에 드러나면서, 기술업계는 ‘성공하기 전까진 눈속임을 하라(fake it till you make it)’라는 스스로의 성공 철학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 벤처캐피털의 지원 덕분에 전 세계 최고 가치를 누리게 된 신생기업 우버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회사는 망가진 스타트업의 좋은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이사회와 공동창업자, 투자자들은 언론에서 서로를 비난 하고, 소송을 통해 회사지배권을 다투고 있다. 올해 스타트업 업계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성장을 최우선시 했던 지난 몇 년간의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다.
모든 스타트업이 비윤리적이고, 과대평가되고, 위험하고, 제 기능을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술업계의 성공 신화는 ‘지금이 IT 거품인가?’라는 질문 따위를 근시안적인 문제로 치부하게 만든 몇 가지 중요하고 우려할 만한 이슈들에 가려지고 있다. 외부인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 ‘기술업계가 증오와 잘못된 정보를 미국 전역에 퍼뜨리는 주범인가?’, ‘페이스북, 애플, 알파벳, 아마존 같은 기업은 너무 막강한가?’,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없앨 것인가?’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기술업계의 잔치가 끝날 것인지를 궁금해했다. 하지만 요즘은 잔치의 주인공이 근본적으로 인간을 싫어하는지를 살펴보게 됐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어느 정도는 기술업계가 버블 그 이상의 세상에 스스로를 던졌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운송, 서비스업, 소매업, 자동차산업, 의료보건, 교육 같은 모든 부문을 ‘잠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술업계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떠안았다. 500만 명이나 되는 미국 택시 운전사가 자율 운송수단에 일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뮤추얼펀드가 우버의 가치를 평가절하한 데 대한 분노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진짜 중요한 사실은 호황(boom)이 파멸(doom)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이 칼럼을 암울한 분위기로 마무리하는 게 좋을 듯 싶다. ‘붐’이라는 용어 자체가 기술업계의 성장을 의미한다면, ‘뷰(view)’라는 말은 회의론의 신호이다. 세계가 요즘처럼 스타트업과 기술업계에 의심을 품은 적은 없었다. 기술업계는 이런 태도를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필자는 차라리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으로 잘 알려진) 기술업계가 이를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만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번이 실제로, 진지하고, 심각하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rin Griff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