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고광본의 테크인]넘어져도 괜찮다는 주문이 '페이코 매직' 비결이죠

'간편결제 돌풍'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

출시 2년반 만에 눈부신 성장

간편결제 시장 선두대열 합류

삼성페이와 오프라인 협약

내년 설엔 전국 매장 진출도

"치밀한 준비·신속한 판단 통해

한국 페이팔 되겠단 꿈 이룰 것"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정연훈 NHN페이코 대표.





요즘 ‘간편결제’ 시장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정연훈(48·사진) NHN페이코 대표. 그는 지난 2015년 8월 간편결제 앱인 ‘페이코’를 선보인 뒤 어느새 삼성페이·네이버페이를 바짝 뒤쫓고 카카오페이를 제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4월 모기업인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한국의 페이팔(미국의 글로벌 지불결제 플랫폼)이 되겠다”며 물적 분할한 후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페이코 앱 하나로 수년 안에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간편결제·쇼핑·금융의 허브 플랫폼이 되겠다”고 의지를 다진 정 대표를 최근 판교 테크노밸리 NHN엔터그룹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그룹 이사회 의장과 같은 네이버 출신으로 그룹 인사총괄을 맡으면서 전자상거래시장의 강자인 NHN한국사이버결제를 비롯해 9개의 자회사를 둔 NHN페이코를 이끌고 있다. 2~3년 안에 페이코 소그룹이 NHN엔터그룹의 중추로 부상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저는 외교관이 꿈이었는데 삼성SDS에 취직하며 정보기술(IT) 업계에 발을 담갔죠. 그런데 층층시하 대기업 문화에서 갑갑하더라고요. 그나마 SDS가 그룹에서 깨어 있는 편이라 사내 벤처가 10개나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비용을 까먹는다고 내보냈고 여기서 네이버와 나중에 카카오 등이 나왔죠.” 그는 포털 업계가 춘추전국 시대에서 네이버로 정리되던 2004년 네이버에 합류했고 인사파트에서 주로 일했다. 그러다 2013년 NHN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에서 게임 부분이 인적 분할돼 설립될 때 이 의장을 따라 옮겼다. 국내외 93개의 계열사가 있는 NHN엔터그룹을 이끄는 이 의장에 대해 그는 “등산을 좋아하고 열정 넘치고 논리적으로 얘기하면 바로 생각을 바꾸는데 임직원과 소통하고 벤처·스타트업 문화가 살아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의장과 정 대표 모두 지론이 ‘안 가본 길에서 실패하고 실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도도 안 하면 실패한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도전정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NHN엔터그룹이 게임 외에도 웹툰(코미코), 음원(벅스), 예매(티켓링크), 기술(토스트), 디지털 광고(NHN ACE, 인크로스) 등 사업 다각화를 꾀했고 그 근간에 페이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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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가 고향인 그는 “지진에 대비해 지층도 분석하고 내진 설계도 하고 대피훈련도 해야 하듯 경영 판단을 할 때 많이 따지고 고민하지만 완벽하다 싶을 때는 신속하게 실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인사를 총괄하는 덕분에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 전략적 제휴에 나설 때도 업의 특성이 잘 얽혀 있는지 못지않게 인적자원을 중요하게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경영전략이 군에서 유래했는데 특공부대 장교로 근무한 것이 도움이 됐느냐’고 묻자 “군대 얘기 싫어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완전군장하고 부하들과 같이 10㎞씩 뛰고 큰 기구에서 낙하산으로 같이 뛰어내렸다. 그때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학사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학생군사교육단(ROTC)을 거쳐 ‘특공부대’ 장교로 근무했다.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정연훈 NHN페이코 대표.


정 대표는 “큰 프레임을 짜고 정책을 정하고 실행할 때 처음에는 실수도 적잖게 했다”면서도 “파트너와 고객과의 상생을 바라는 페이코의 진정성이 알려지면서 삼성페이·구글플레이·현대백화점·갤러리아백화점·이마트(온라인)도 우리를 받아줬다”고 소개했다. 페이코는 현재 온라인 10만곳, 오프라인 13만곳의 가맹점을 두고 있는데 내년 2월 설 전후로는 삼성페이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한다. 그는 “삼성 쪽과 4개월간 협상을 했는데 삼성페이는 온라인을 확대하고 이쪽은 오프라인에서 기회가 더 생기는 윈윈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페이코의 빅데이터를 탐내는 기업이 늘며 GS홈쇼핑으로부터 500억원(9.5% 지분)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페이코는 20~30대 여성의 비중이 절반인데 스마트폰에 앱만 깔면 교통부터 쇼핑·금융까지 상당 부분이 가능하고 쿠폰 혜택도 많고 보안성도 뛰어나 단골이 많죠. 온라인에서 가맹점 기준으로 94~95%가 결제 가능하고 오프라인에서도 등록해 쓸 수 있어요. 송금도 하고 포인트와 상품권도 여기에서 돈으로 바꿔 쓸 수 있고 세금도 낼 수 있죠. 카드 계좌를 등록해놓으면 카드도 선택해 쓸 수 있어요.” 정 대표는 이어 “가맹점주도 쿠폰 다 받고 멤버십 자동충전도 돼 모두 상생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용자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나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해 지원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동안 인프라를 구축하는 투자에 전념했는데 경영 수치상 턴어라운드는 언제부터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앞으로도 투자가 남아 있지만 페이코만의 플랫폼 생태계가 상당 부분 구축되고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어 앞으로 2~3년 안에 의미가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맹점은 매출이 늘어나고 소비자는 혜택을 보는 중개자이자 금융 앱으로 페이코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콘텐츠도 대폭 보강하고 그룹 내부는 물론 삼성페이 등의 제휴선과 큰 틀에서 해외 동반 진출도 하고 다른 비즈니스도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위챗이나 알리페이 등과도 제휴해 카드 시장 태동기인 동남아 등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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