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자살의 사회학] 그는 왜 '자발적 죽음'을 택했을까

■마르치오 바르발리 지음, 글항아리 펴냄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행복하며, 태어났다면 일찍 죽는 것이 행복하니,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자살을 택하라’라고 말했다. 쇼펜하우어의 집안은 우울증이 집안 내력으로, 그의 아버지도 자살로 추정되는 방법으로 죽음을 맞았다. 최근 아이돌 그룹 멤버의 죽음으로 우울증과 자살이 다시 한번 회자됐지만 자살의 원인은 이처럼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책은 현대 사회학의 아버지이자 ‘사회분업론’으로 유명한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1897)의 이론을 차용하는 하며 새로운 분석 틀들을 더하는 한편 정면 반박하기도 하면서 자살에 대해 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한 이론서이지만 눈길을 끄는 사례들로 가독성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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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려졌듯 뒤르켐은 자살이 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규제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사회 통합 정도가 낮을 때 즉 개인이 사회로부터 소외될 때 ‘이기적 자살’이, 통합 정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는 ‘이타적 자살’이, 사회적 규제가 너무 약하면 ‘아노미적 자살’이, ‘사회적 규제가 과도해지면 ‘숙명적 자살’이 발생한다는 것. 뒤드켐의 자살론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1950년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는데, 그가 사용한 개념의 모호성 그리고 한정된 통계 등은 학계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구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사회가 급변할수록 자살을 바라보는 혜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책은 또 뒤르켐의 이론을 참조하되 다른 분류를 사용하여 ‘공격적 자살’ ‘무기로서의 자살’을 이야기했다. 이 두 개념은 복수로서의 자살이다. ‘공격적인 자살’은 개인적인 이유로 타인을 해치고자 하는 자살이며, 무기로서의 자살은 가미카제와 같이 종교적, 정치적 이유로 하는 자살로 우리가 접한 뉴스와 역사적 사실을 떠올린다면 어렵지 않게 죽음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책은 이외에도 중세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자살 동향을 비롯해 두 차례의 세계대전, 홀로코스트 등 20세기 사건과 변화로 인한 자살률의 변화, 남편이 죽은 뒤 부인이 따라 죽는 ‘사티’라는 풍습, 자살의 임무를 수행하는 특공대 등을 짚으며 자살로 세계 전체를 조망했다. 2만9,8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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