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의 관록일까 패기의 하드캐리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해였다. MBC는 ‘드라마 왕국’이라는 수식어에 비해 썩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총파업 후 시상식 진행 여부도 불투명했으나 결국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MBC는 수상 기준을 바꾸며 심기일전했다. 시청자투표가 아닌 전문가 심사로 대상을 정하기로 한 것. 자칫 인기투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덜고 전문성을 보강했다.
‘2017 MBC 연기대상’의 후보를 크게 둘로 나누자면 관록과 패기다. 전자는 김상중 최민수 장혁, 후자는 하지원 조정석 유승호로 꼽을 수 있겠다. 이 중 대상 가능성이 높은 배우는 김상중과 최민수다.
먼저 김상중은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 최고시청률 14.4%)에서 홍길동의 아버지인 아모개 역을 맡아 초반 전개를 흡인력 있게 이끌었다. 기득권 세력에 굴하지 않는 노비 연기를 특유의 카리스마로 완성했으며 절절한 가족애까지 펼쳐 눈물샘을 자극했다. 총 30회 중 14회 만에 퇴장했지만 그 여운만큼은 마지막 회까지 작품 전체를 감쌌다.
최민수는 ‘죽어야 사는 남자’(극본 김선희, 연출 고동선 최정규, 최고시청률 14.0%)에서 중동에 있는 왕국의 백작인 사이드 파드 알리를 연기했다. 사실상 최민수이기에 가능한 배역이었다. 독특한 걸음걸이와 발음, 코믹한 표정까지 막힘없이 소화했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전작과 후속 사이에 소위 ‘땜빵’으로 편성됐음에도 동시간대 1위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현재 12회까지 방영된 ‘돈꽃’(극본 이명희, 연출 김희원, 최고시청률 17.2%)에서 무서운 기세를 펼치고 있는 장혁도 있다. ‘돈꽃’은 주말극임에도 속도감 있는 전개와 가볍지 않은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는 중. 장혁은 본인에게 대상을 안겨줬지만 그만큼의 잔상도 남긴 ‘추노’ 대길의 이미지에서 벗어났다는 평을 들으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쓰고 있다.
앞서 세 후보가 출연한 드라마들이 연출이나 상대배우 등 여러 요소를 포함해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흡족한 성과를 거뒀다면, 다음 세 후보는 오로지 자신만의 패기로 드라마를 ‘하드캐리’한 배우들이다.
유승호가 주연한 ‘군주-가면의 주인’(극본 박혜진 정해리, 연출 노도철 박원국, 최고시청률 14.9%)는 수목극 1위로 종영했으나 전개나 연출 등 완성도에서 비판이 일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유승호의 연기였다. 이전까지 아역 이미지가 강했으나 부드러우면서 강한 군주의 카리스마로 연기 변신했다. 김소현과의 로맨스도 호평이었다.
‘병원선’(극본 윤선주, 연출 박재범, 최고시청률 13.0%)으로 첫 메디컬 드라마에 도전한 하지원도 마찬가지. 두 남자주인공 강민혁 이서원이 상대적으로 경력이 적고 어린 배우인 만큼 하지원은 현장에서나 작품에서나 이들을 이끌며 성장을 이뤄냈다. 로맨스에 치중한 루스한 전개로 인해 시청률이 하락하기도 했으나 하지원이 노련한 연기력으로 하드캐리했다.
16회까지 방송된 ‘투깝스’(극본 변상순, 연출 오현종, 시청률 6.1%)는 언급된 작품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허술한 전개와 주연배우의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그러나 조정석의 첫 1인 2역 도전만큼은 주목할 만하다. 사실상 ‘투깝스’에서 원톱 활약을 펼치고 있는 조정석은 강력계 형사와 사기꾼을 오가며 극과 극의 연기를 소화하는 중이다.
한편 ‘MBC 연기대상’의 사회는 배우 김성령과 방송인 오상진이 맡는다. 오는 30일 오후 9시 방송.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