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영업일수 제한, 파견직원 인건비 부담, 전속고발권 폐지 등의 각종 규제로 대형 유통 업체들의 신규 출점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내년에 롯데·신세계·현대 이름을 단 신규 백화점은 찾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쇼핑몰과 대형마트도 신규 출점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유통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유통 산업은 고용의 14.8%를 책임지고 있다”며 “한 예로 대형 유통 시설이 오픈하면 3,000~5,000여명의 일자리가 생기는데 신규 출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자리가 증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신규 출점 없습니다 = 서울경제신문이 유통 업체를 대상으로 내년 신규 출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우선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 백화점 상위 3개사는 내년 백화점 출점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웃렛 출점도 내년에는 롯데 2곳 외에는 전무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스타필드를 포함한 백화점·아웃렛·쇼핑몰 등을 전혀 출점하지 않기로 했다.
대형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사실상 추가 매장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신규 출점 계획이 전혀 없고 롯데마트는 올해 예정됐다가 지역 내 상인 반발로 미뤄진 경기 양평점과 포항 두호점 2곳만 남았다. 이들 점포 역시 내년 오픈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마트의 경우 트레이더스 월계점, 이마트 의왕점, 위례 이마트타운 등을 추진 중이지만 내년 안에 인허가의 벽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유통 업체들이 신규 출점을 포기한 데는 내년에 유통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유통 규제 법안이 내년 시행을 앞둔 상황이다.
유통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출점 계획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만의 계획일 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허가해줄지 알 수가 없어 계획 자체가 의미 없다”며 “강화되는 유통 규제로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 사라지는 일자리 = 국내 백화점의 경우 한 점포당 대형점 5,000명, 중소형점 2,000~3,000명, 아웃렛 1,0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쇼핑몰이 하나 문을 열면 최대 5,000여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3개 업체의 올해와 과거 출점 실적을 고려하면 내년에만 일자리 수 만 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A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12월이면 기존 매장 매출 신장과 신규 점포 계획을 포함한 매출 계획안을 몇 개씩 준비해야 되는데 규제 법안들이 정리가 안 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상생 등 유통규제 때문에 신규 출점 계획을 세우기는 무리”라며 “현재 발의된 유통 관련 법안들은 재래시장을 살리는 법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정이 추진 중인 △전통시장 인근 유통시설 출점 원천봉쇄 △출점 시 인접 지자체와 합의 △월 2회 의무휴업 확대 △파견비용 50% 이상 유통업체 부담 등의 규제가 신규 백화점 ‘제로’와 아웃렛 출점 최소화라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