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 중동-이스라엘 갈등 한국에도 불똥…정착촌 원산지 인정문제 돌출

정부, 한·이스라엘 FTA 모르쇠로만 일관

국익에 중대한 문제 투명하게 공개해야






지난 21일 유엔총회는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여부에 대해 어떤 결정도 거부하는 ‘예루살렘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는 것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뒤 중동은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상태입니다. 팔레스타인과 주변 중동 국가의 반발로 ‘지옥의 문’을 연 꼴이 됐는데요. 예루살렘 결의안은 128개국이 찬성했는데 유럽 각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도 포함돼 있습니다.

UN에서 ‘이스라엘 결의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UN에서 ‘이스라엘 결의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은 앞으로 중동 국가들과 풀 일이 많겠죠. 문제는 우리입니다. 우리나라도 가운데 끼어있습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바로 올해 협정 체결을 목표로 했던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입니다. 지난 9월 하임 호센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만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해 안에 한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FTA가 체결된다면 단순히 교역 규모의 증가뿐만 아니라 양국간 투자와 기술 교류가 확대돼 장기적으로 두 나라에 큰 이익을 줄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안팎의 분위기도 그렇고, 이스라엘 측도 올해 체결을 희망했죠. 그런데 막판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미국의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과 비슷한 종류의 요구를 이스라엘 측이 해왔습니다. 정착촌을 이스라엘의 원산지로 인정해달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한·이스라엘 FTA에서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비롯한 이스라엘이 세운 정착촌을 원산지에 포함시켜달라는 내용입니다. 이는 정착촌을 이스라엘 땅으로 봐서 관세인하 혜택을 준다는 뜻입니다. 즉,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간접적으로 인정해준다는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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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간단치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6일 전쟁’으로 알려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동예루살렘을 차지했는데요. 이후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해왔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럽연합(EU)의 반대에도 10월 서안 지역에 3,000채 규모의 대규모 정착촌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정착촌을 원산지로 인정할 경우 중동 국가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요.



정부도 사안의 폭발력을 감안해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 같은 요구를 해온 것은 맞지만 어떻게 할지는 정해진 게 없다”는 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여기에 “중동 국가 입장에서는 원산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게 매우 당연한 일인데 우리가 고민하는 모습만 보여도 중동 국가들이 의심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현재 논의상황이나 향후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모르쇠’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동 국가가 예민하게 나오면 나올수록 정착촌 원산지 문제는 더 투명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국익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모르쇠’로만 나올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산업부는 한·이스라엘 FTA에 대해 정확하고 투명한 설명을 국민들에게 해야 합니다. 한·이스라엘 FTA 체결에 따른 자동차 시장 확대와 기술협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대한민국의 이익과 국민의 안전입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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