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19세기 베를린이 '스마트시티'에 주는 교훈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최근 국내에서 스마트시티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신도시 개념의 ‘유시티’ 건설을 지나 기존 도심 시가지의 스마트시티 환경 조성이 제도적으로 지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스마트시티에 대한 수요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존 도심 시가지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의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도시의 역사는 스마트시티의 역사다. 시대마다 당시의 첨단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시티가 있었다. 도시는 그 시대의 문제 해결과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용 결과, 즉 문명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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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산업혁명의 변방에 머물던 독일은 전기산업을 기반으로 현재의 독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빠른 속도로 대중화된 전기는 다양한 분야의 융합과 혁신을 창출했다. 독일은 G(가우스)·Hz(헤르츠)·Ω(옴) 등 전기의 표준과 단위를 선점할 수 있었고 과학·산업·정부 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중에게 전기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전파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베를린 스마트시티가 있었다. 베를린 도심은 전기기술의 종합 시험장이었다. 가로등과 조명·전차·엘리베이터 등 당시의 첨단 스마트인프라가 시범 적용돼 도시는 살아 있는 시험장으로 활용됐다. 독일은 베를린에서 전기로 만든 빛이 24시간 도시생활을, 엘리베이터는 도시의 수직적 이용을, 전차가 도시의 수평적 확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가정에서 전기의 사용과 가전제품의 개발은 라이프스타일과 주거의 변화를 이끌었고 생산방식의 혁신적인 개선은 오늘날 공장의 모델이 됐다. 또한 공학·건축·예술 융합은 영화와 같은 새로운 대중문화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했다. 첨단기술인 전기를 미래산업으로 선택하고 이를 도시에 융합한 현명한 시도의 결과가 지금의 세계적 도시 베를린, 그리고 독일이다.

21세기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세계 수위권의 경제 도약을 꿈꾸는 우리나라와 19세기 말 독일의 여건은 유사하다. 우리는 베를린의 성공에서 기존 도심 시가지를 첨단기술의 수요처로서 또 산업의 전시장으로 이용한 도시 중심적 사고가 핵심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도시 활동의 중심인 도심을 모든 첨단기술을 종합한 스마트시티 시험장으로 활용해 국민의 체험과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의 성장과 문화로 확산한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노력은 오늘날 독일의 사회적·환경적·경제적 리더십의 원동력이 됐다. 또한 독일 정부가 제조업 성장 전략인 ‘인더스트리 4.0’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했다. 19세기 말 베를린의 현명한 선택과 시도는 스마트시티 실현 전략을 준비 중인 우리나라에 중요한 교훈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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