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에 탈곡 뒤 땅에 흘린 이삭을 줍는 심정으로 지역 공관을 돌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우리 수출이 무역 1조달러를 견인할 만큼 회복됐어요.”
이달 말로 3년 임기가 만료되는 김재홍(사진) KOTRA 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회복을 화두로 꺼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취임한 2015년과 이듬해 2016년 수출은 최악이었다. 1957~1958년에 이어 무려 58년 만에 2년 연속 수출이 쪼그라들었을 정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을 뚫고 무역투자진흥을 맡는 공공기관 수장에 오른 그로서는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터다. 김 사장은 “‘해외에 답이 있다’는 각오로 뛰었다”며 “특히 중남미·아프리카 등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해외 무역관을 돌며 직원 사기를 높여주려 애썼다”고 말했다. 실제 김 사장은 재임 기간의 30%인 325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방문 국가만 49개국, 거리로는 지구를 22번 돌 수 있는 88만㎞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한·쿠바 경제협력위원회’를 신설하고 6년 만에 일본 무역진흥기구인 제트로(JETRO)와 정례협의회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특히 수출부진은 구조개선을 꾀하는 계기로 삼았다. △수출 중소·중견기업 10만개를 육성하자는 ‘10만 양기론(楊企論)’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 △전자상거래, 정부 간 거래 등 무역채널 다각화 등은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김 사장은 “지원했던 내수기업이 수출기업으로 변모하고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보람 그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사별삼일(士別三日)에 괄목상대(括目相對)요, 붕정만리(鵬程萬里)에 기불탁속(飢不啄粟)’이라는 인생 좌우명도 들려줬다. 김 사장은 “‘선비는 사흘을 떨어져 있으면 다시 볼 만큼 자신을 정진해야 하고 큰 새는 만 리 먼 길을 날아가는 도중에 배가 고파도 좁쌀은 쪼아 먹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큰 새가 먼 길을 가듯이’이라는 책도 펴냈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KOTRA 사장 등 35년간 공직 생활을 하며 느낀 소회와 함께 인생관 등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특히 이 저서에서 우리 수출의 미래상으로 상생과 호혜의 관점에서 해당국의 산업발전, 소득증대 등에 기여 하는 지속 가능한 무역성장모델인 ‘메이크 위드(Make with)’를 제시했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는 과거 중요 고비 때마다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왔다”며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가 무역투자 인프라인 KOTRA의 시대적 책임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KOTRA는 이날 해외 바이어 조사 등을 통해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4.8% 증가한 6,06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 경기 회복,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첨단산업 성장 등이 수출을 유인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