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코앞의 美 무역제재 발동, 철강만의 문제 아니다

미국이 자국 안보를 이유로 한국산 철강제품에 초강력 수입규제 조치를 내릴 모양이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초 발표 예정인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부정적 내용이 담길 것 같다는 점을 국내 철강업계에 전달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제품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 관세는 물론 수입물량까지 제한할 수 있는 극단적인 무역제재 조치다. 파괴력이 워낙 커 지난 법 개정 이후 55년 동안 단 한번밖에 발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핵폭탄급 무역제재에 국내 철강업계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에 대해 정부는 내년 대미 철강수출 목표를 낮춰잡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맞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제소를 위한 실무검토도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미국이 취해온 무역제재 조치와 결이 다르다. 그동안 한국산 화학 또는 가전제품에 취해진 반덤핑관세나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는 WTO에서 불공정무역 해소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것이지만 이번 조치는 ‘안보’라는 자의적 판단을 무기로 내세웠다. WTO 규범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다. 한국 같은 대미흑자국을 겨냥해 무력시위도 서슴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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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초강력 무역제재의 여파가 철강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칫 반도체 같은 다른 분야로까지 번지거나 내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우리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미국의 잇단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수출업체들로서는 악재가 겹친 셈이다. 중동·아프리카 같이 주목받지 못한 지역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 더불어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혁신 위주의 산업구조로 서둘러 전환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무역보복의 칼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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