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이대목동병원 미숙아 사망…'적자 운영 구조화' 정부에도 책임론

저출산 대책에 수십조원 쓰는 동안에도

신생아중환자실 진료비·약값엔 인색해

미숙아 감염·적자 줄이기 꼼수 부추기고

인큐베이터 사용연한 등 필요 규제 구멍

병상당 전문의·간호사 부족 피로도·이직↑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 미숙아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데는 병원 측은 물론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수십조원을 투입했으면서도 정작 미숙아 진료 행위와 약값 등에 대해 적정 수준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감염 예방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이대목동병원 등 43개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평가하는 규칙 등에는 신생아중환자실과 15세 이하 소아병동의 감염감시체계에 대한 조항이 없다. 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고 나서인 지난 2월 감염관리 능력 및 의료 서비스 질 강화를 위해 신생아중환자실도 1명 이상의 전담 전문의를 두도록 했을 뿐이다.


◇적정 사용연한 7~10년 넘긴 인큐베이터 수두룩

신생아중환자실의 주요 장비인 인큐베이터(보육기)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7~10년을 적정 사용연한으로 권고했지만 우리 정부는 방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이외 지역의 56개 병원에 430개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시설비(10개 병상당 15억원)를 지원하고 매년 1개 병상당 800만원씩 운영비(올해 총 34억원)를 지원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병원은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서울지역 ‘빅5’ 대학병원의 인큐베이터 250대 중 22%(56대)가 제조연월을 알 수 없고 2대는 1990년대 제품이다.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19대 중 2대는 제조연월을 알 수 없고 6대는 1994~1999년에 제조됐다.



신생아실은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얼마나 떠다니는지를 파악하는 ‘낙하균 검사’ 의무시행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우유·모유 등을 입으로 넘기지 못해 탄수화물·단백질·전해질 등을 배합해서 만든 정맥영양수액(TPN) 등으로 영양섭취를 하는 미숙아는 세균이 혈액으로 섞여 들어가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지만 배합 과정이 멸균시설에서 이뤄지는 곳은 거의 없고 정부 차원의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없다. 면역력이 극도로 약한 미숙아 감염예방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불합리한 건강보험 심사체계가 ‘꼼수’ 부추겨

질병관리본부의 연구용역으로 작성된 ‘전국 병원감염 감시체계-소아청소년 모듈 구축’ 연구보고서가 “신생아중환자실 치료·관리·환경을 고려한 감시체계 지표를 개발하고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한 인적·물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미숙아에겐 성인용 주사제 용량의 일부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남은 용량을 다른 미숙아에게 돌려 쓰도록 부추기는 건강보험 심사체계도 문제다. 용량이 100㎖인 성인용 주사제를 신생아에게 20㎖만 주사한 경우 건강보험 당국에선 20㎖만 수가로 인정한다. 이는 병원 측에 폐기해야 할 나머지 80㎖를 다른 신생아에게 쓸 궁리를 하게 만들어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를 또 다른 위험에 노출시킨다.

김한석 서울대 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장은 “의료진이 열심히 환자를 돌보는데 매년 적자가 나는 것은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신생아중환자실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인력·장비를 지원하고 건강보험 제도를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 1명당 신생아 수 일본의 4.3배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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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생아학회에 따르면 국내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의 연간 운영비는 1대당 5억원에 이르며 1병상당 평균 5,800만원의 적자가 난다. 운영할수록 적자인 중증외상센터와 비슷한 신세다.

지난해 전문의 1명당 신생아 수는 3,455명으로 일본(811명)의 4.3배나 된다. 전담 전문의:전공의(레지던트)가 2011년 병원당 1.7명에서 2015년 2.07명으로 늘었지만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 중인 95개 병원 중 61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의 82%(50곳)는 전담 전문의 1명이 10병상 넘게 돌봐야 한다.

의료진이 실제로 겪는 고충은 이보다 크다. 대외 업무 등으로 근무에서 빠지는 고참 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와 전공의 각 3명이 일하는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신생아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는 “(고참 1명을 뺀) 전담 전문의 2명이 미숙아 30명을 도맡다 보니 휴가는 고사하고 밤에도 일이 생기면 중환자실로 달려와야 한다”며 “신생아중환자실 진료 수가(酬價)가 오르고 정부 지원금이 늘었다고 하지만 병원의 이익일 뿐 의사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간호사 < 병상수 신생아중환자실 수두룩

전담 간호사의 처지는 더욱 열악하다. 신생아중환자실 1병상당 간호사 수는 2011년 1.18명에서 2015년 1.04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이 같은 기간 1,299개에서 1,716개로 늘어난 때문이다. 병상당 간호사 수로 결정되는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등급이 1등급인 곳은 이대목동병원(1병상당 1.33명)을 포함해 18%에 불과했다. 상급종합병원 중에도 간호사 수가 병상 수보다 적은 간호 3등급이 많았고 종합병원은 거의 전담 의사·간호사가 없는 5등급이었다.

간호 1등급인 이대목동병원에서 미숙아 4명이 숨진 지난 16일 신생아중환자실에선 간호사 5명이 미숙아 16명을 돌보고 있었다. 교대근무 등을 감안하면 간호사 1명이 3~6명의 신생아를 돌봐야 하는 곳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반면 선진국에선 3교대 근무 체계를 감안해 병상당 간호사 2~3명을 유지한다.

◇“돌보는 미숙아 수 기준으로 간호사 인력기준 정해야”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소독·처치·수유까지 하느라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이직률이 30%대로 병원 내 상위권에 속한다. 선진국에서는 감염관리팀과 환경보호사가 신생아중환자실·인큐베이터를 소독·청소하지만 국내 거의 모든 병원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건강한 아기도 한 번에 4명을 보려면 쉽지 않은데 각종 장치를 달고 있는 미숙아 4명을 보살피다 보면 감염관리 등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간호사 1명이 중환자실 환자 1명을 돌보는 선진국처럼 실제 돌보는 환자 수를 기준으로 인력 기준을 정하고 엄격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의료시스템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1단계로 이대목동병원의 문제를 진단한 뒤 2단계로 중환자실·응급실 등의 총체적 진단, 3단계로 의료·건강보험 체계의 근본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접근해 풀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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