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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정소민 “운명처럼 만난 ‘이번 생은’…포기할 수 없었다”

“꿈을 먹고살겠다고 결정했을 때 이제부터 내 인생은 깜깜한 터널을 혼자 걷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깜깜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외로울 줄은 몰랐다.”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명대사 중 하나로 꼽히는 정소민의 극중 대사는 브라운관을 넘어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들의 마음에 먹먹한 울림을 선사했다. 나이가 먹어도 여전히 처음 사는 인생에 부딪치고, 어려워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마음을 잘 드러내 준 대사였기 때문이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집 있는 달팽이가 세상 제일 부러운 ‘홈리스’ 윤지호(정소민 분)와 현관만 내 집인 ‘하우스푸어’ 집주인 남세희(이민기 분)가 한집에 살면서 펼쳐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정소민은 국내 최고의 명문대인 S대학 출신이지만, 꿈을 위해 일일드라마 보조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윤지호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소민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대해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이었다고 고백했다. 극중 윤지호와 나이도 성격도 비슷할 뿐 아니라, 극의 내용 하나하나 공감이 가지 않은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욕심을 낸 덕분에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인생연기’를 만나게 된 정소민. 정소민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느낀 것들을 차분하지만 또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Q.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대한 애정이 작지 않은 것 같다. 종영소감을 듣고 싶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좋은 분위기 속 다치거나 아픈 사람이 없이 무탈하게 끝나서 감사하고, 개인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았는데, 부족한 것이 보이지 않게끔 메워 주신 것 같아서 여러모로 모두에게 감사하다.

Q.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윤지호를 만난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지호가 저에게 있어 운명이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시놉시스를 보는 순간 ‘이건 꼭 해야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사실 ‘아버지 이상해’가 끝나고 체력적으로 지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당분간 쉬어야지’ 했었는데,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보는 순간 그러한 다짐들이 모두 무너졌다. 그만큼 끌렸던 작품이었다.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Q.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무엇이 정소민을 그렇게 끌어당겼느냐.

“신기하게도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성장 배경이나 가족 구성원이나, 성격의 일부분이나 여러 가지가 똑같은 점이 많았다. 이를테면 지호는 평소에 부모님 말씀 잘 듣다가 몰래 원서를 쓰고 입학 전에 서울로 야반도주를 하지 않았느냐. 나는 고등학교 시절 말썽 부리는 적 없이 조용하게 보내다가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난 뒤, 아버지 몰래 연기를 배우고 입시 지원을 했다. 그리고 저도 실제로 남동생이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지호와 같은 역할을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많다.”

Q.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윤지호를 보고 ‘비운의 88년생’이라고 불렀다. 실제 나이는 89년생이지 않은가. 나이대가 비슷하다보니 더욱 공감하는 내용이 있었을 것 같다.

“동일 세대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느냐. 실제로 저와 친한 친구 중에 지호랑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도 있고, 저 역시 공감 가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호를 연기하면서 위로 받은 것도 많았다.”

Q. 많은 공감대 중 정소민이 느꼈던 가장 공감 가는 대사 혹은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었는가.

“2회의 엔딩이었던 터널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 역시 터널을 걷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가 있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데뷔를 했지만, 그만큼 준비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 근육이 없이 운동을 하다 보니 제가 많이 부족한 것이 느껴지더라. 바로바로 결과물이 보이지 않으니 데뷔 초에는 조급함과 불안함이 컸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내가 공부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인가?’ ‘언제쯤 돼야 빛을 볼 수 있는 것인가’ 등으로 초조해 했던 것 같다. 내가 언제쯤이면 ‘연기가 늘었구나’ 생각을 하게 될까 싶기도 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간다는 것이, 내 신념과 가치관을 지키면서 가는 길이 외로운 길이구나 생각을 했는데 터널 신에서 나오는 대사가 공감도 많이 됐고, 위로도 받았다. 터널 장면을 연기하면서 ‘아 나도 이런 시기가 있었지’라며 위로를 받았다.”

Q. 지금은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은가. 실력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가.


“지금에 돌이켜 봤을 때 5년 단위로 성장하는 것 같다. 엄밀하게 말해 방법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 그 당시 보이지 않으니 불안했던 것들이 풀려지는 느낌을 받는다. 여전히 부족한 것도 보이고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그저 조급하고 불안했을 텐데, 이제는 이를 메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몇 년 뒤에는 그러한 것들이 세워진 내가 기다리고 있겠구나를 알게 된 것 같다. 쉽게 말해 여유가 생긴 것 같고, 최소한의 안심을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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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터널 장면 외에도 인상 깊은 장면이 있는가.

“또 하나 지금 생각나는 것은 지호와 엄마랑 싸우는 장면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서소를 잘 알기에 때문에 원하지 않는 상처를 주고받는 존재가 ‘엄마와 딸’ 인 것 같다. 선영선배와 싸우는 장면을 찍었는데, 실제 저희 엄마와 저 같아서 연기를 하는데 속상했다. 선영선배가 저에게 대사를 던지는 순간 바로 비수로 꽂히더라. 남이었으면 그냥 넘길 일들도 더 큰 상처로 남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철없지만 이게 딸이기도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Q.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이민기와 연기호흡을 맞췄다.

“이민기씨와의 호흡은 좋았다. 세희가 변하기는 했지만, 딱딱한 말투가 사람들에게 어색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고 그랬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좋아져서 그런대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후반에 가면서 같이 호흡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지면서 더 잘 맞아갔던 것 같다.”

Q. 이민기 외에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가.

정말 좋았고 재미있었다. 특히 민석이의 경우 제 친구와 제일 친한 친구이다 보니 연기 전에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민석이와 솜이, 가은이 모두 동갑이다 보니 저희끼리 반말로 편하게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민기 오빠의 경우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어른 같은 면을 느낄 때가 있다. 선배 같고 어른 같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마대표(박병은 분)님은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귀여움이 있다. 덕분에 마대표님이 현장에 계시면 웃느라 정신이 없을 때가 있다. 배역 특유의 호흡과 케미가 있어서 촬영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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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결혼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뤘다. 이번 촬영을 통해 결혼관이라든지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저도 사실 아직은 결혼에 대한 생각들이 정립된 단계라기보다는 해나가는 과정이고, 어떤 것이 좋은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정답은 모르겠다. 다만 지호가 했던 대사 중 공감이 갔던 것이 ‘결혼은 어른과 어른이 만나서 하는 것’이다. 이것만은 지양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 결혼이라는 것이 나만 책임지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 어른이 될 때, 조금 더 성숙해지고 나서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Q.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시즌2를 만든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는가.

“현장에서 많은 배우와 스텝들이 ‘시즌2 안 해요?’라는 이야기를 나눈다. 실현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시즌2를 한다면 좋을 것 같다. 현장에 있는 모든 분들이 빠지면 안 된다고 약속할 정도로 다들 정이 많이 들었다. 말도 안 되게 좋은 모습만 보고 작업을 해서 끝나는 것이 더 아쉽다”

Q. 이제 곧 서른이다. 앞자리 수가 바뀌는 거다. 어색하다거나 기분이 이상하지는 않은가.

“앞자리 수가 바뀐 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지 않느냐. 19에서 20살로 바뀔 때는 마냥 신나고 들떴다면, 지금은 마냥 설렌다. 27살부터 빨리 서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의 내가 뭔가 애매한 것 같았고, 왜인지 모르게 서른이 되면 어른이 돼 있을 것 같았다. 멋있고, 무게감이 있어 보여서 30이라는 수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내년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서른의 정소민은 어떠한 정소민일까 궁금하기에 소소한 기대와 설렘이 있다. 바라는 것은 조금 더 자라는 것이다. 조금 더 자라 있으면 좋겠고, 성장해 있으면 좋겠다.

Q. 작품이 끝났다. 뭘 가장 하고 싶은가.

“지금은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잠을 푹 자고 싶다. 저희 드라마를 보며 어떤 분들은 ‘독서권장 드라마’라고 하셨는데, 제가 그런 것이 생겨버렸다. 너무 책이 보고 싶어서 끝나자마자 책을 보면서도 시간을 보내고, 나름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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