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12월, 한 해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이들을 위한 국악 공연들이 관객들을 찾는다. 구성진 판소리부터 재치 있는 현실 풍자극, 웅장한 국악관현악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2017년의 마지막을 수놓는다.
◇한 살 더 먹어 안타까운 마음, 구성진 판소리 가락으로 흥 돋워요=오는 27일부터 28일 오후 7시30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악인의 밤’에서는 평생 예인으로 살았던 만정 김소희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무대가 펼쳐진다. 판소리 명창 신영희와 안숙선, 고수 김청만, 거문고 대가 김문길과 대금 명인 원장현, 경기 민요 소리꾼 김혜란까지 우리나라 국악을 대표하는 인물들이자 만정의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사회는 만정의 막내 제자였던 소리꾼 오정해가 맡았다.
평일 진행하는 공연이 부담스럽다면 31일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2017 국립극장 제야판소리-안숙선의 만정제 홍보가’도 있다. 안숙선 명창은 만정 김소희가 완성한 만정제 ‘홍보가’를 부른다. 국립창극단 유수정을 비롯해 김차경, 정미정 단원이 함께 소리와 재담을 전한다. 남도 민요 ‘육자배기’는 덤이다. 공연이 끝나면 야외 문화광장에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과 불꽃놀이가 이어져 새로운 한해를 화려하게 맞이할 수 있다.
◇마당놀이, 뮤지컬로 연인·가족과 흥겹게=내년 2월1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펼쳐지는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는 소위 ‘현실도피적 자살행위’를 선택한 심청의 한풀이를 재치있게 표현했다. 넘쳐나는 ‘적폐’를 이기지 못해 눈을 감았다는 등 현실 풍자가 돋보인다. 심청과 심봉사가 급식체(중·고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어투)를 사용하기도 하고, 심봉사가 셀카봉으로 ‘셀카’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익살스럽다. 마치 씨름판처럼 원형의 무대에서 한바탕 폭소를 터트리고 나면 가족과의 정이 더 깊어질 듯하다.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31일까지 펼쳐지는 뮤지컬 ‘판’은 조선시대 이야기꾼인 ‘전기수’를 내세워 사회의 불평등 및 불합리함을 꼬집는다. 초연 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했다면 이번에는 ‘다스’, ‘4대강’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꼬집었다. ‘이리 좋은 날 모두 여기 모였으니, 시원하게 한 판 놀아봅시다’라는 극 중 대사처럼 작품은 진지하기보다는 가볍게 한 소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이어간다. 뮤지컬과 국악의 새로운 만남이 흥미롭다.
◇정가부터 국악관현악까지, 국악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국립국악원에서는 27일까지 예악당에서 조선시대 정악 중 최초의 한글 노래 ‘용비어천가’를 정가 가객 27명과 함께 합창으로 선보인다. 수제천, 여민락, 정대업, 보태평, 수룡음 등 정악곡 기반의 국악이다. 신선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가 연출을 맡고, 계성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이 작곡을 맡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용비어천가의 원문 역시 쉬운 우리말로 바꿨다. 국악박물관 기획전시실과 예악당 로비에서 진행하는 국악 전시 ‘지음: 시간의 흔적, 미래로 펼치다’ 는 덤이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국립국악원 국악아카이브가 소장한 약 35만점의 자료 중 400여점의 자료가 전시된다.
31일 오후 10시에는 해오름극장에서 국립극장의 대표 연말공연 ‘국립극장 제야음악회’가 열린다. 한국 포크 음악의 대가 양희은, 팝페라가수 겸 뮤지컬 배우 카이, 국악계 아이돌 김준수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양희은의 대표곡 ‘상록수’를 비롯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판소리 ’적벽가‘ 등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내년 1월부터 약 1년 9개월간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는 해오름극장의 공사 전 마지막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