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페셜’에 ‘촛불 1주년’을 기념해 방송인 김미화, 주진우 기자, 진중권 교수, 이외수 작가, 박혜진 아나운서가 지난 겨울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꽁꽁 언 대한민국을 녹였던 촛불들 속에는 분노, 희망, 기쁨 그 어떤 단어로도 다 설명할 수 없었던 그 해 겨울이 담겨 있었다. ‘블랙리스트’들이 바라본 촛불 1년은 어떤 모습일까. 국민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촛불의 순간을 ‘MBC스페셜’이 만나보았다.
블랙리스트 출연자들이 어렵게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세월 차별과 배제에 앞장섰던 MBC의 초대에 넓은 마음으로 응해준 ‘블랙리스트’들이 있다. 방송인 김미화, 주진우 기자, 진중권 교수, 이외수 작가, 박혜진 아나운서 등 출연자들이 MBC 프로그램에 나오지 못한 기간만 도합 31년이다. 방송인 김미화 6년 8개월, 주진우 기자 8년 2개월, 진중권 교수 5년 10개월, 이외수 작가는 4년 만에 MBC 방송 출연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뉴스데스크’의 간판 앵커였던 박혜진 아나운서는 6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TV프로그램을 진행을 맡았다. MBC에서 초대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예은 아빠’ 유경근 씨와 촛불집회 사회를 맡았던 박진 씨. ‘대놓고 블랙리스트’였던 두 사람은 뉴스를 제외한 MBC 방송 프로그램 첫 출연이다.
녹화 시작 전 스튜디오에 방문한 깜짝 방문한 최승호 사장은 출연자들에게 지난 시절 MBC가 한 잘못을 사과하며 MBC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부탁했다. 2013년 ‘진짜 사나이’에서 해군 강연 장면이 통편집된 이후 MBC TV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볼 수 없던 이외수 작가, 2009년 아침방송 인터뷰 코너에서 갑자기 하차하게 된 주진우 기자, 질문 하나 했다가 ‘100분 토론’에서 하차하게 된 진중권 교수까지 각자 ‘쓰라린’ 사연 하나씩 안고 온 블랙리스트들은 함께 MBC에서 만나게 된 것에 대해 감격스러워했다.
1,600만 촛불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던 광화문 광장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도 밝혀진다. 주진우 기자가 촛불 집회 때 항상 머플러를 챙기는 이유와 촛불 집회 주최 측이 광화문 광장 바닥에 주저앉아 얼어붙은 눈을 깨뜨릴 수밖에 없었던 사연, 기저귀를 차고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사연 등 촛불 집회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담들이 공개된다.
기발한 깃발과 피켓들을 통해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끈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돋보였던 촛불 광장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최순실 분장을 하고 나온 한 시민의 퍼포먼스였다. 당시 퍼포먼스를 진행했던 연극배우 김한봉희 씨는 분노에 찬 시민들이 본인을 진짜 최순실로 착각하여 겪은 웃지 못하는 후일담도 전했다. ‘오메 기죽어 순악질 여사’로 돌아온 김미화가 김한봉희 씨를 인터뷰 한 내용도 공개된다.
또 다른 촛불 집회의 화제의 인물, 촛불 집회 최고 히트곡 ‘큰일 났네’ (최순실 육성 패러디)를 만들고 노래하는 심재경 씨 (1983년 MBC 대학 가요제 대상 수상곡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를 부른 에밀레의 멤버), 넘치는 흥과 열정적인 몸동작으로 광화문 무대를 지배한 수화통역사 최황순 씨, ‘해남에서 서울까지 농민들이 뿔났다’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시위에 참가한 농민 이관호 씨,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고 집회에 참가한 여고생 ‘핵사이다’ 발언자 진유나 씨를 만났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만나봤다.
대한민국 촛불 시민들을 대표해 독일 에버트 인권상을 수상한 세월호 생존자 장애진 학생과 세월호 희생자인 故 김동혁 군 가족의 만남은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돌아오지 못한 오빠를 대신하여 단원고에 진학한 故 김동혁 군 동생 예원 양의 사연을 화면으로 만난 박혜진 아나운서는 눈물을 그치지 못해 진행에 애를 먹기도 했다.
당시 촛불집회 사회를 맡았던 박진 씨와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인 예은이 아빠 유경근 씨가 들려주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광장 이야기, 촛불 주역과 함께 지난 촛불 1년을 되돌아보며 그때의 벅찬 감동을 다시 만난다.
한편 주진우 기자의 애타는 ‘친박’ 의원 인터뷰 도전기도 공개된다. 탄핵이 실행되면 ‘장을 지진다’던 이정현 국회의원. 그러나 탄핵 이후에는 SNS 계정까지 닫으며 두문불출하고 있다. 그런 이정현 의원을 만나기 위해 주진우 기자가 떴다. 국회 의원회관과 이정현 의원의 지역구인 전라남도 순천까지 달려간 주진우 기자는 이정현 의원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외 서청원, 윤상현, 최경환, 김진태 의원 친박의 핵심 정치인들도 찾아가 보았다.
MBC ‘정당정책토론회’에서 ‘1년 전 촛불은 거짓, 선동, 음모, 조작, 기획된 권력 찬탈이며 권력 쿠데타’라고 발언한 조원진 의원. 주진우 기자가 그 발언 현장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촛불집회의 열기가 한창 뜨겁던 지난해 11월에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되며 무너져 가는 박근혜 정권의 구원투수로 나선 김병준 씨. 방송 최초, 김병준 전 총리 후보자가 밝히는 청와대 뒷이야기도 밝혀진다. 김병준 씨가 당시 비밀리에 여러 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던 후일담과 당시 정국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식 등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던 탄핵정국 당시 긴박했던 청와대 상황을 전한다.
‘MBC스페셜 - 촛불 1년 특별기획 블랙리스트, 촛불을 만나다’는 오는 28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