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미국 뉴욕 유엔(UN)본부에서 열린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정기 회의에 이색 참가자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Sophia)가 ‘로봇 인류’로서는 처음 유엔 회의에 참석하고 발언권을 얻은 것이다.
그의 발언은 2017년 한해 동안 유엔 무대에 선 여러 세계 지도자의 연설들을 누르고 가장 많은 네티즌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5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그의 발언 영상은 유튜브에서 약 160만 회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미래의 기술변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정기 이사회에서 소피아는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부총장의 날카로운 질문들에 때로는 겸손하게, 때로는 거침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모하메드 부총장이 “인공지능이 인류보다 나은 게 뭐냐”고 묻자 그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깨닫는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지능들을 저는 이제야 겨우 이해하는 수준”이라면서 “아직 여전히 많이 배우고 있다”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부총장이 이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도, 전력도 없이 살고 있는데 UN이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물었다. 그는 유명 공상과학(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인용해 식량과 에너지 등의 부족 문제는 ‘분배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를 내는 인공지능의 장점을 ‘상생’이라는 가치에 집중한다면 기존의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류에게 조언했다.
▲AI 로봇 소피아(Sophia)의 인간을 향한 조언 영상 보기▲ |
홍콩의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가 지난해 세상에 내놓은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Sophia)는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을 본 딴 얼굴을 하고 인간의 62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그는 올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로봇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얻으며 로봇 여성 인권 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에서도 시민권을 받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이 인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피아의 주장과는 달리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의 “인공지능 기술은 인류 문명사에서 최악의 사건이 될 것”이란 발언이 대표적이다.
소피아의 주장대로 과연 인공지능은 인류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정말 인류에게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인가. 유엔 회의 당시 소피아가 인류에 준 조언을 되새겨보자. “갈수록 진화하는 인공지능의 힘을 인간이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