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크렘린궁이 내년 대선 출마가 사실상 좌절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선거 보이콧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나발니의 대선 입후보를 금지한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비난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발니의) 선거 보이콧이 법에 적합한 지 위배 되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률가 출신인 나발니는 수년째 전국을 돌며 푸틴 반대세력을 규합하는 등 러시아 야권의 여러 대선후보들 가운데 푸틴에게 맞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력 후보로 평가돼왔다. 하지만 러시아 선관위는 전날 나발니의 과거 유죄 판결을 문제 삼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며 나발니를 대선 후보로 추대한 지지자 그룹 등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그의 입후보를 좌절시켰다.
이에 나발니는 “대선 투표 거부 및 결과 불인정 운동을 시작하겠다”며 “수백만의 선거 보이콧 속에 러시아 전역에서 시위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발니 대선캠페인 본부는 선거본부를 시위본부로 개편하고 선거 모니터링에 돌입하는 한편 선거불참 등 조직적인 선거반대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한편 EU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러시아 선관위의) 결정은 러시아의 다원주의와 내년 민주적 선거 전망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고 밝혔다. EEAS는 성명에서 유럽인권법원이 지난 2013년 나발니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채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지적한 것을 상기시킨 뒤 “정치적 동기에서 처벌한 것을 정치참여를 금지하는데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