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통증을 견뎌오다 대동맥 파열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91세 여성이 파열 부위를 인공 혈관으로 바꿔주는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26일 보건복지부 지정 심장전문병원인 세종병원(경기 부천시)에 따르면 91세인 이복규(가명·여)씨는 이달 중순 새벽녘 목을 부여잡고 갑자기 쓰러져 손주의 차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1차 검사를 마친 그는 대동맥이 파열된 급성 대동맥 박리 소견과 함께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준 부천 세종병원으로 옮겨졌다.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망할 확률이 높은 질환이다.
주치의이자 집도의였던 김동진 세종병원 흉부외과 과장(대동맥클리닉 진료과장)은 보호자에게 수술을 권했다. 시술이 불가능하고 흉막 안에 혈액이 다량 고여있는데다 부분적으로 심장을 누르는 소견을 보여 방치할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를 그대로 볼 수 없었던 보호자는 의료진을 믿고 수술에 동의했다.
김 과장은 가슴을 열어 파열된 상행 대동맥 부위를 제거하고 인공 혈관으로 대체해주는 대동맥치환 수술을 했다. 김 과장은 “고령이지만 건강 상태가 나쁘지 않아 조심스럽게 수술을 권유했는데 기나긴 수술시간을 잘 이겨내주셔서 감사하다”며 “급성 대동맥 질환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으므로 고령이라도 적극적으로 수술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고혈압이나 대동맥 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혈압 조절을 잘 하고 정기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술 후 큰 합병증 없이 지난 주 건강하게 퇴원한 이복선 할머니는 “다 산 세상 더 살게 해주셔서 감사고 고맙다”고 활짝 웃었다. 딸 김정숙(가명·여)씨는 “90세가 넘었지만 스스로 식사와 집안일을 하실 정도로 건강하셔서 갑자기 쓰러지시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의학의 발달로 연세 드신 분들도 희망이 있다는 걸 다른 분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병원은 심장근육 등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근경색을 겪은 91세 환자에게 대체 혈관을 연결하는 관상동맥 우회수술에 성공하는 등 고령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수술 치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