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향기는 “촬영이 진짜 너무 재미있었어요. 삼촌들이 다들 유쾌하셨거든요. 삼촌들께서 맛집을 굉장히 많이 아셔서 저에게도 맛있는 걸 자주 알려주셨어요. 밥차도 그렇게 맛있었고, 촬영하면서 식당도 많이 찾아갔어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예전에는 현장에 있으면 그냥 밥차 나오는 대로 식사하고 그랬는데.(웃음) 그리고 저희 영화에 배우분들이 워낙 많이 출연하시니까 커피차도 되게 자주, 다양하게 왔어요”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신과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망자를 변호하는 월직차사 덕춘으로 분한 김향기를 비롯해 삼차사의 리더이자 변호사 강림 역의 하정우, 망자와 차사들을 호위하는 일직차사 해원맥 역의 주지훈이 망자의 환생을 책임지는 ‘저승 삼차사’다. 여기에 차태현이 정의로운 망자 자홍으로 분해 이 네 명이 ‘신과함께’의 중심을 이끌어 간다.
김향기는 촬영 중 가장 많이 함께 있으면서 챙겨줬던 삼촌으로 주지훈을 꼽으며 “제가 너무 막내다보니 다들 잘 챙겨주셨어요. 꼽기가 어렵긴 한데 1, 2부를 같이 촬영하면서 해원맥 삼촌과 많이 함께 있다 보니 주지훈 선배님께서 많이 챙겨주셨어요”라고 밝혔다.
차태현과는 2012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이미 만난 인연이 있다. ‘신과함께’를 통해 두 번째로 작품을 함께한 김향기는 “저희 엄마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전부터 태현 삼촌을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저도 그 때 태현 삼촌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이후에도 항상 삼촌을 응원해왔다가 이번에도 함께 작업한다고 해서 되게 좋았어요”라고 애틋함을 보였다.
‘닮고 싶은 삼촌’으로 차태현을 꼽은 김향기는 “두 번 작업하면서 느낀 건데, 제가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됐는데도 그 기간 동안 변함없이 항상 한결 같으세요. 제 꿈이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자’인데 연기에 임하실 때도, 성격도 그걸 그대로 지키시는 삼촌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2000년생, 18세 배우로부터 ‘초심’이라는 단어를 듣는 게 생경하다. “아직 성장 단계라 지금도 초심일 텐데, 아직까지도 촬영을 하면 시작 전에 많이 떨리고 부담도 많이 되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게 느껴요.”
2018년 고3에 접어드는 김향기에게는 고민이 많을 시기이겠다. “고민이 있긴 해요. 아역을 했던 분들의 모든 고민이, ‘성인 연기’에 접어드는 것일 거예요. 지금 저는 현재에 충실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1년에 한 두 작품씩 만나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기가 어려운데 지금의 삶을 축복이라 생각해요.”
“제가 중학교 때는 욕심이 굉장히 컸어요. 성인이 돼서도 공부를 하고 연기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어요. 지금은 일단 저에게 가장 소중한 건 연기라고 생각해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성인이 돼서도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 욕심으로 무조건 다른 걸 밀어붙여서 다른 분들께 피해를 끼치고 싶지는 않아요.”
김향기는 3살 CF 출연부터 2006년 6살에 영화 ‘마음이’로 아역배우를 시작했다. 10여 년간 아역 배우로서 어릴 때부터 남들의 평가에 노출돼 있던 것이 사실. 다른 아역들처럼 그러한 시선에 부담이 따르지는 않았을까. “저도 남들의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어요. 어쩔 수 없이 대중들에게 노출되다 보면 보이는 게 많고 각각 다르게 평가를 하시죠. 다른 아역들과 비교도 당하면서 2년 전만 해도 스트레스가 심했거든요. 그런데 작년부터 생각이 바뀌었어요. 일부러 스트레스 안 받는 척 했죠. 서로 맞는 역할을 연기하고 작품을 만나는 게 운명이고 최선을 다 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같은 10대 아역들보다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라 생각해요. 그 친구들보다 대중에게 노출된 빈도가 낮았던 것 같거든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학교생활에서도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은 것 같고요. 제가 한 동네에 오래 살아서 동네 친구가 많아요. 그 친구들은 저를 연예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똑같이 대해줘서 오히려 좋아요. 중학교 때는 일주일에 3, 4번은 학교 끝나고 꼭 놀았는데, 고등학생이 되니까 서로 놀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요즘에는 학교생활을 나름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저를 있는 그대로 내려놓을 수 있어요. 먹는 얘기, 다이어트 얘기, 좋아하는 가수 얘기 등 많이 나눠요.”
아직 나이로는 어린 소녀이지만, 어느덧 10여 년간 차곡차곡 작품을 쌓아왔다. 지금의 김향기는 연기하면서 언제 가장 기쁨을 느낄까. “연기하는 것 자체가 좋아요. 어렸을 때 연기할 때는 재미 자체를 느끼지 못하다가 중학교 때 막상 연기를 안 하면 너무 심심하고 스스로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작품이 들어오면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 때 ‘내가 연기를 좋아하는 구나’를 느꼈죠. 표현에 스트레스도 따르지만 일단 즐거움이 커요.”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