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국형 '펀드 자본주의' 성공 지름길

정삼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대학원장





20세기 후반 이후 미국을 포함한 금융 선진국에서는 펀드가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새로운 권력집단으로 등장했다. 이를 일컬어 ‘펀드 자본주의’라고 한다.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투자가의 투자 성격이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점도 특징적이다. 투자 대상기업의 경영이 악화할 경우 주식을 팔아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영에 직접 간섭하며 적극적인 펀드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기금과 펀드들이 잇따라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도입을 선언해 경영 감시 역할을 점차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미국 정부는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연기금의 경영 감시 역할을 강화해왔을 뿐 아니라 증권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뮤추얼펀드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유도해왔다. 세계 최대 연기금펀드인 캘퍼스는 30여년 전부터 기업지배구조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에 대한 국제기업 지배구조 프로그램을 가동한 지도 오래됐다. 아울러 매년 중점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대상 기업명단을 공개하고 주주 제한 등을 통해 그들의 변화를 촉구해오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미국 경제가 보여줬던 장기 호황의 이면에는 13년에 걸친 주식시장 강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주식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핵심 주체는 펀드로 대표되는 기관투자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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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에서도 연기금이 더욱 성장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라 펀드의 영향력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특정한 목적과 전략을 내세운 투자펀드가 등장하고 있다. 과거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주식시장의 안정성 제고, 우량 국내 기업에 대한 우호지분 역할 담당, 효과적인 경영 감시 등과 같은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해왔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경영 감시를 통해 낙후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의 성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투자가 중심의 금융시스템이 올바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기관투자가의 성공이 자본시장 전체의 발전과 효율성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은 투자가와 기업 사이에 협력관계가 잘 이뤄져 기업의 투명성이 향상되고 기업 가치가 제고되느냐 아니면 이를 기업 측이 간섭으로 받아들이거나 투기자본으로 인식해 서로 갈등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금융규제 당국은 펀드 자체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금융 리스크가 최소화되도록 투기성 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의 경영 안정성 유지를 위한 다양한 경영권 방어장치를 허용해야 한다. 펀드 스스로도 주주권 행사 내역은 물론 기업의 감독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얼마나 자금을 동원하는지 등의 절차·목적·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시해 시장의 신뢰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형 ‘펀드 자본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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