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거래에 있어 고질적인 문제인 ‘단가 후려치기’를 막기 위해 원청·하청기업간 대금 협의 요건을 손보기로 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노무비 등 공급원가 상승 요인을 감안해 하도급 대금을 제대로 지불하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사기간이 연장될 경우에도 하도급 대금이 증액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정위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가맹분야, 유통분야에 이어 내놓는 세 번째 갑질 대책이다.
공정위는 우선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하청기업에 협상력을 키우는 방향의 대책을 마련했다.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대책은 하도급 대금 조정 신청·협의 요건을 기존 ‘원재료 가격’에서 ‘공급원가’로 확대한 것이다. 하도급 계약 체결 이후에 원재료 가격 이외 노무비 등 다른 원가가 변동되는 경우에도 하청기업이 원청기업에 하도급 대금을 증액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하도급법에 명시하겠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하청기업의 책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공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하도급 대금을 증액할 수 있도록 하도급 업체의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된다. 또 원청기업이 하도급업체의 대금조정 요청을 가급적 많이 수용하도록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요소에 원청기업의 납품단가 조정실적을 추가할 계획이다.
소규모 하도급 업체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공동사업 등 공동행위를 할 경우 ‘담합’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추진된다. 하도급 업체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원재료를 싼 값에 공동구매하거나 공통의 유통 채널을 마련할 때는 경쟁이 다소 제한하더라도 담합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수준에서 인정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원가 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금지된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원가정보를 확인하고 최소한의 영업이익만 보장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정당한 사유 없이 독점 거래를 강제하는 ‘전속거래 강요행위’도 금지한다. 현재도 공정거래법에서 포괄적으로 전속거래 강요를 금지하고 있지만 더 구체화해 사업자간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관행 개선을 위해 2년마다 전속거래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도 발표할 방침이다.
원청 대기업이 2차·3차 하청기업 이하의 거래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대기업이 자신의 거래상대방인 1차 협력사를 넘어 2차 협력사의 거래조건 개선을 위해서 보다 많이 노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현재 대기업의 협약이행 평가요소로 포함돼 있는 1·2차 협력사간 협약 체결 실적 외에 하위 거래 단계인 2·3차 협력사간 협약 체결 실적도 평가요소로 새롭게 추가하고 공정거래 협약이행 평가 배점도 상향할 계획이다.
원청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은 엄해진다. 하도급법을 개정해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손해배상 범위를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대폭 확대한다. 법 위반 금액 산정이 어려울 경우 부과하는 정액과징금 상한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또 하도급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활용해 공정위 직권조사를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한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들이 부실한 상태에서는 국민 대다수에게 만족할 만한 고용과 소득을 제공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우리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약의 주춧돌이 바로 하도급 거래를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광우·빈난새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