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본격적인 해외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서로 다른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네이버는 스타트업 발굴과 대표 업종기업들과의 협업에 방점을 둔 반면 카카오는 대형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유치를 통해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총 113곳(계열회사 제외·펀드 출자 포함)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업체 CEO스코어의 분석 결과를 보면 네이버는 국내 500대 기업 중 가장 많은 법인에 출자한 ‘큰 손’으로 이름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지분(50% 초과)을 투자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유망 스타트업 지분 일부를 사들여 장래를 도모하거나 미래에셋대우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한 것처럼 협업 목적으로 이뤄진 투자 건이 대부분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프랑스로 나가 스타트업 지원 공간을 만들고 펀드 조성에 힘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발굴과 육성, 협업을 통한 사업 확장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는 당장 현실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큰 규모의 M&A를 통해 현지에서 뿌리를 내린다는 전략이다. 카카오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최대 10억달러(약 1조8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상장(해외주식예탁증서·GDR)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는 글로벌 PEF로부터 투자받은 것을 계기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도 한다. 카카오의 교통 서비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미국 텍사스퍼시픽글로벌 컨소시엄으로부터 지난 6월 5,000억원을 출자받은 뒤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에서 제휴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 자회사 카카오페이는 중국 알리페이의 모기업 앤트파이낸셜로부터 지난 2월 2,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국내 시장에서 공동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해외 사업 전략 차이는 창업자의 다른 성향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창업자는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릴 정도로 개발 분야에만 전념하지만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강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끄는 점이 차이를 만든 지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