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코스닥이 10년 만에 800선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증시는 외부 요인에 취약했다. 사상 최고가를 달리던 삼성전자(005930)는 모건스탠리의 리포트에 무너졌고 박스권에서 잠자던 종목은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급등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유상증자에 대해 향후 펀더멘털 요인보다는 물량확대에 따른 주가 희석이라는 단기 악재에 집착했다.
11월26일 모건스탠리의 리포트는 삼성전자 주가를 280만원에서 250만원대로 끌어내렸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사이클은 곧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목표 주가는 29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 역시 삼성전자를 최선호주에서 제외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들과 달리 매수 의견을 냈지만 ‘약발’이 통하지 않았다. 반도체 고점 논란에 대한 이견이 갈리는 만큼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들은 외국계 리포트에 동요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고 이들에게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점이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주가가 출렁이는 이유로 꼽힌다. LG전자(066570) 비중 확대 의견을 담은 외국계 증권사 CLSA의 리포트 이후 LG전자가 6년 7개월 만에 10만원을 돌파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중공업(010140)·미래에셋대우(006800)·카카오(035720)·현대중공업(009540) 등이 최근 잇달아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현재까지는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투자자들이 유상증자를 주가 할인에 따른 저가 매수 기회로 삼기보다는 주가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우려하며 투자에서 발을 빼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업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한국 증시의 특성 때문에 하락폭이 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은 “투자자들의 단기 투자 성향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지는 부분이 있다”며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기관들부터 1년 수익률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