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내년 1월1일 공정위의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 이른바, ‘로비스트 규정’의 시행을 소개하는 담당 국장의 브리핑에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발단이 됐다. 김 위원장은 “업무 관련성이 있는 모든 민간인 접촉(면담·전화·문자·SNS 등)을 보고하겠다고 언명한 바 있다”며 “제가 기자분들을 접촉할 때에도 보고를 해야 하는지라, 미리 안내 문자를 드린다”고 전했다.
메시지에 언급된 ‘보고’라는 단어가 상당히 불쾌했고 두려웠다. 김 위원장의 의도가 어떠했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통제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김 위원장이 메시지의 내용을 정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자와의 접촉 내용은 공식 문서로 작성된 후 공정위 감사관실에 보고돼 관리될 상황이었다. 그 문서가 언제까지, 어떻게, 어느 선까지 활용되는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단다. 위원장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역시 그 어디에도 없다. 김 위원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로비스트 규정이 정한 대상도 공정위 퇴직자, 로펌 변호사,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였지 애초부터 기자는 그 대상도 아니었다.
위원장은 본인에 한해 취재기자들과의 접촉도 보고하겠다고 했는데 직원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공정위 조직개편 관련 기사가 나간 이후 취재에 응한 내부직원을 색출하겠다며 과장급 이상 전 직원들에게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제출하게 한 전례도 있다. 이쯤 되면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로비스트 규정의 대상이든 기자든 피하는 게 상책일 테다.
기자단이 문제를 제기하자 김 위원장은 “공정위원장으로서 업무수행의 투명성을 제고 한다는 취지였다”며 접촉 보고 대상에서 기자는 제외하겠다고 정정했다.
이번 일은 한바탕 소동을 마무리됐지만 걱정되는 건 김 위원장의 언론관이다. 기자도 로비스트처럼 생각하는 건지, 비판적인 취재활동을 적폐로 보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가까이서 본 김 위원장은 관련 정책은 물론 언론의 생리, 국민들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인 얼굴이 됐다. 김 위원장의 의도는 잘 알지만 그의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가 파급력이 큰 만큼, 다시 한 번 신중한 언행을 당부한다. 또 기자뿐 아니라 민간인으로 규정 지은 보고의 대상 역시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한다.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