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서울경제TV][투데이포커스] “내려라” vs “힘들다” 내년 보험료 전쟁 예고



[앵커]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본격 시동을 걸고 민영 실손보험료 인하에 나설 방침입니다.


지난 8월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이후 보험업계는 방향성과 취지에 공감하며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면 보험료 인하에 동참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당장 내년도 실손보험료를 동결하라고 업계에 주문했습니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 가격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스튜디오에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 나와있습니다.

Q. 정 기자, 정부가 민영 보험사의 보험료를 동결하라고 했다는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네, 보험개발원은 매년 연말 금융감독원에 실손보험 참조순보험요율을 제출해 보험료 인상 요율을 제시하고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는데요. 올해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류시켰습니다.

참조순보험요율은 보험개발원이 보유한 통계와 보험사의 상황 등을 토대로 산출한 것으로 보험사들이 새해 보험료를 정할 때 일종의 기준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보험사에 따라서는 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자체 보유한 통계와 비교해 보험료 수준을 정하는데요.

보험개발원은 이번에 내년 실손보험료를 10%포인트 정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보류시키며 사실상 동결을 주문한 겁니다.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에 올해 손해율을 반영할 수 없게 돼 당혹스러워하고 있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참조순보험요율이 세부적으로 조정과정을 거치긴 해도 완전히 거절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와 묶어 민영 실손보험료 인하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인데요.

이 때문에 보험업계는 이번 금감원의 보류 결정을 정부의 민영 보험사 가격개입의 신호탄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Q.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참조순보험요율을 완전히 거절한 배경은 뭡니까?

[기자]

네, 이번 금감원의 보류 결정 자체는 직접적으로 “보험료를 올리지 말고 동결하라”는 의미보다 “보험료 조정을 미뤄달라”는 취지입니다.


정부가 내년 본격 추진을 예고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구체화 될 때까지 일단 보험료를 조정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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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는 민영 실손보험이 맡던 비급여항목을 급여화해서, 건강보험이 이전보다 더 많은 진료비를 책임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손보험은 보험금 지출이 줄어들 테니, 그만큼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입니다.

금융위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고 있는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는 내년 상반기 중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 효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보험료 인하 여력을 산출할 계획인데요.

금융당국은 이때까지 보험료 조정을 하지 말라고 주문한 겁니다.

실손보험료를 구조적으로 낮추는 정부 정책이 진행되더라도, 매년 현실을 반영한 보험료 조정은 그대로 진행돼야 하는데요.

내년 예정된 일을 가지고 벌써 묶어놓고 기다리고 하니, 업계는 앞으로 민영 보험사의 가격 결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할 것을 우려하는 겁니다.

[앵커]

Q. 이번 정부는 이전 정부들에 비해 보험료에 적절한 수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자동차 보험도 정부 눈치에 올 하반기 줄줄 가격을 낮추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자동차 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다 없다 말은 많았는데, 결국 대부분 보험사가 보험료를 낮췄습니다.

결과적으로 손보사들은 매년 손해만 보던 자동차 보험에서 올해 사상 최대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자동차 보험료 추가 인하 요구가 나올까 걱정입니다.

올해 자동차 보험 흑자전환은 지난해부터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시행된 제도들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상반기 실적이 좋았던 덕분인데요.

하반기 들어서는 손해율이 슬슬 오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통상 손해율 77~78%를 적정 손해율로 보고 이보다 낮으면 흑자가 나는 것으로 판단하는데요.

상반기에는 현대해상과 삼성화재, DB손보 등 다수의 손보사가 적정 손해율보다 낮은 76%대를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80%를 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올 하반기 보험료 인하 영향으로 손해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손보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벌써 내년에는 자동차 보험에서 흑자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손해율이 올라도 보험료 인상은커녕 정부에서 더 내리라고만 안 해도 다행이라는 건데요.

이래저래 업계에서는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데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고, 이로 인해 내년 본격적인 실손 보험료 인하 작업 때 당국과 업계의 갈등으로 터져나올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정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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