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속도 2배·무게 1/2"...신개념 다목적 장갑차로 10년내 전량 교체

<20> 美, 환갑 앞둔 'M 113 장갑차' 바꾼다

美육군 차세대 장갑차 'AMPV'

브래들리 보병전투차 차체에

최신형 M 109 자주포 포탑 결합

범용·박격포탑재·의무후송 등

모두 5가지 버전으로 납품 예정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들에선

개량한 M 113 계속 사용 가능성

미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AMPV)의 기본형. 미군은 앞으로 10년 안에 M-113장갑차를 AMPV로 전량 교체할 계획으로 미 육군의 기동력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사진=BAE사 홈페이지미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AMPV)의 기본형. 미군은 앞으로 10년 안에 M-113장갑차를 AMPV로 전량 교체할 계획으로 미 육군의 기동력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사진=BAE사 홈페이지


과연 이번에는 교체될까. 미 육군이 M113 장갑차에 대한 본격적인 교체절차에 들어갔다. M113 장갑차는 서방 진영을 중심으로 44개국이 운용하는 스테디셀러 장갑차. 상대적으로 싸고 운용과 보수가 편리해 수요가 많았다. 생산량은 무려 8만대 이상. 지난 1960년부터 생산, 미 육군에 보급된 이래 58년째를 앞두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미 육군의 M113 장갑차는 올해 말 완전 교체돼야 했으나 여전히 현역을 지키고 있다. 각종 교체 프로그램이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미 육군이 본격적인 교체작업에 나섰다. 차세대 다목적 장갑차(AMPV) 시험평가에 착수한 것. 미 육군시험평가사령부는 박격포 탑재형의 시험사격을 시작으로 모든 AMPV 버전에 대한 성능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시험평가는 1년 이상 광범위하게 진행될 예정이지만 제작사인 BAE시스템스는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오랜 개발기간을 거치는 동안 각종 첨단기술의 신뢰성이 확보된데다 기본 차체와 시스템에 대한 믿음도 크기 때문이다.

AMPV는 미 육군이 자국산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이스라엘 등의 장갑차를 고르고 골라 낙점한 장갑차. 일각에서는 무게가 60톤에 이르러 방호력이 강한 이스라엘제 나메르 장갑차에 대한 선호가 컸지만 결국 미국은 미국 기업화한 영국 기업 BAE가 제안한 브래들리 보병전투차(IFV) 개조 방안에 점을 찍었다.

신형 장갑차는 M2·M3·브래들리 보병전투차의 차체를 그대로 사용하고 전투지휘 정보 시스템은 미 육군의 최신 자주포인 M109A7에서 가져왔다. 이 자주포는 브래들리 보병전투차의 차체와 M109 자주포의 포탑을 결합한 형식이다. 주요 핵심 부품을 다른 무기체계에서 전용했기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AMPV는 범용, 임무지휘, 박격포 탑재, 의무후송, 의무치료 등 5개 버전으로 미 육군에 납품될 예정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장갑차에 대한 요구 성능의 변천. 단순한 ‘전장의 택시’로서 M113이 못마땅해 대전차용 미사일까지 적재한 보병전투 장갑차(IFV)와 장륜형으로 갈아탄 지 얼마 안 돼 또다시 ‘병력 수송형’ 용도로 보다 대형화한 ‘전장의 택시’를 택한 것이다. 바퀴식 장갑차인 스트라이크를 운용해보니 방호력과 기동력이 실망스럽다는 결과도 장궤식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미 육군은 1년간의 시험평가를 거쳐 M113 장갑차를 전면 교체할 계획이다. AMPV가 M113보다 훨씬 강한데도 미국은 M113과 신형 장갑차를 1대1 비율로 바꿀 생각이다. 일단 짜인 예산은 약 102억43,300만달러. 다만 M113은 바로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생명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3년간 초도 저율생산, 10년간 전면 양산 일정을 감안하면 오는 2032년까지 M113은 미 육군의 일선 부대에서 현역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보급 연도를 기준으로 삼으면 82년간 복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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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에서는 M113 장갑차가 더욱 오래 쓰일 가능성도 높다. 미국 국방부만큼 예산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건이 못 되는데다 M113의 성능을 현대전에 맞게 개량한 나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6,000여대의 세계 최대 M113 장갑차부대를 운용하는 이스라엘은 수많은 형식으로 M113을 개조, 보유 물량 대부분을 일선에서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을 노획한 적성국 전차(T55)나 퇴역한 자국산 전차(메르카바)의 포탑을 떼어낸 뒤 장갑을 강화, 시가지 전용장갑차나 최전방에서 활용하고 M113은 점차 보조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보조라고 하지만 이스라엘의 M113 장갑차는 증가장갑을 통한 방호력 향상으로 러시아제 14.5㎜ 탄가 RPG(휴대용 대전차 로켓)까지 방어가 가능하다.

미국은 M113 장갑차 교체 이외에도 다양한 획득수단을 가동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의 강인원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로봇화·스텔스화를 전제로 현재 수준의 화력과 기동력을 유지하는 게 추세”라며 “미국은 기존 장갑차보다 속도는 두 배 빠르고 승무원과 무게가 절반 수준인 신개념 장갑차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미국의 M113 장갑차 교체가 지연된 것은 사실이나 끊임없는 연구와 토론의 소산이기에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전차와 장갑차 개념 연구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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