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갉아먹힌 애플의 '사과'

애플 성능저하 공식사과 발표불구

"배터리 교체하면 끝" 고자세 유지

뿔난 국내소비자 7만여명 집단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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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게이트’에 휩싸인 애플이 비난 여론에 밀려 공식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성난 소비자들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고 있다. 애플이 겉으로는 사과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잘못한 것 없다”는 식의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고 상세한 해명 없이 자비로 배터리를 교체하라고만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을 향한 소송이 각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만 7만여명이 집단 소송에 참여하는 등 아이폰의 신뢰도가 직격탄을 맞았다.

28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iOS(아이폰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통해 배터리 상태를 잘 알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현재 79달러(약 8만5,000원) 수준의 배터리를 29달러(3만1,000원)에 교체해준다는 게 골자다.


애플은 “소비자들이 실망감을 느낀 데 대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회사 잘못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애플 측은 “의도적으로 제품 수명을 단축하거나 사용자 환경을 저하해 고객의 신제품 구매를 유도하지 않았다”든가 “예상치 못하게 휴대폰이 꺼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업데이트였다”는 등 모든 논란이 소비자들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식의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또 “배터리를 교체하면 성능도 원상태로 돌아온다”고 언급하면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한 소상한 해명이나 부연 설명은 일체 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성능 저하를 유도해놓고 하드웨어(배터리) 탓으로 돌리며 오히려 소비자들의 새로운 소비를 이끌어내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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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코리아의 안일한 대처도 국내 소비자들의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미국 본사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보상 방안에 대해 안내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이날 오후까지도 사과와 보상책에 대해 아무런 공식적인 언급도 하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 같은 애플의 대응에 대해 “잘못 없으니 성능이 느려진 것 같으면 와서 돈 내고 수리받으란 것이냐” “결국 하드웨어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몰래 해결하려다가 들통 나서 배 째라는 거다” “배터리 수명(효율)이 떨어진다고 성능도 떨어지는 게 맞느냐”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법무법인 한누리가 추진 중인 ‘아이폰 성능저하 집단소송’의 참여희망자는 접수개시 이틀째인 이날 오후까지 7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누리는 다음달 11일까지 희망자를 모집해 2월쯤 애플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예정이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당시 삼성전자의 대응과도 뚜렷하게 대조된다. 삼성전자는 당시 공식 사과와 함께 미국을 포함한 10개국에서 250만대 수준 물량을 전부 리콜했다. 교환 제품도 잇따라 발화하자 결국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고 다음 모델의 할부금 면제 등 다양한 피해 보상 프로그램도 내놓았다. 갤럭시노트7은 제조상 결함이었고 이번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는 의도적으로 성능을 저하시켰다는 점에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배터리 문제로 생긴 고객 신뢰에 대처하는 방식은 차이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배터리게이트’가 최근에 출시된 아이폰X의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요 금융투자사들이 아이폰X의 판매 전망치를 기존보다 1,000만~2,000만대가량 낮춘 3,000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 이번 신뢰도 추락이 판매 감소를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은 iOS를 통한 성능저하인데 이를 단순히 배터리 교체로 넘어가려는 것은 애플이 소비자를 무시하는 대응”이라며 “게다가 그 배터리를 유료로 교환하라는 것 또한 부당한 것이어서 성난 사용자들의 마음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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