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먼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다. 지난해 말 대대적인 세제개혁으로 주목을 끌었던 트럼프 행정부는 1월 ‘1조달러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노믹스’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해 공항·상수도·고속도로 등 낙후된 인프라 개선에 1조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던 공약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인프라 투자계획의 성공 여부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중간평가가 이뤄질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는 물론 새해 세계 경제의 향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에는 미국과 중국의 중앙은행 수장 교체도 예고돼 있어 주요2개국(G2)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밑그림이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규제완화론자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이 재닛 옐런 의장의 자리를 물려받을 신임 의장으로 내정돼 2월3일 취임을 앞두고 있다. 15년간 자리를 지켜온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의 후임은 아직 안갯속이지만 현재 장차오량 후베이성 당서기와 류스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궈수칭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 3명이 유력한 차기 총재로 거론되고 있다. 저우 총재와 신임 총재 간 ‘바통 터치’는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진다.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4월에 임기가 끝나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강한 신임을 받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018년 봄부터는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다. 이탈리아와 러시아를 시작으로 유럽 각국과 중남미·미국 등에서 글로벌 정세를 뒤흔들 수 있는 주요 선거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우선 3월에는 러시아에서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네 번째 대통령직에 도전해 오는 2024년까지 집권연장을 노리고 있으며 정치불안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 경제 규모 4위의 이탈리아도 총선을 치러 차기 지도자를 확정한다. 5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레바논과 이라크에서 잇따라 총선이 열리면서 중동 일대의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4월 파라과이를 시작으로 콜롬비아(5월), 멕시코(7월), 브라질(10월), 베네수엘라(12월) 등 중남미 주요국에서 연이어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며 ‘핑크타이드(중남미의 좌파 정권 물결)’의 운명도 판가름난다. 사회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쿠바에서는 형에 이어 집권을 하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4월 공식 은퇴를 하면서 1959년 이후 반세기 넘게 이어진 ‘카스트로 체제’가 공식적으로 끝이 난다.
가을에도 세계 정치·경제를 뒤흔들 굵직한 정치 선거판이 펼쳐진다. 9월에는 일본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로 세계의 눈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직을 거머쥘 경우 2021년까지 장기집권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된다. 미국에서는 11월6일 트럼프 행정부의 향배를 좌우할 중간선거가 예고돼 있다.
10월 전후로는 EU를 탈퇴하려는 영국과 EU 집행위원회와의 협상 결과도 윤곽을 드러낸다. 만일 이 시기까지 양측이 대략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시점인 2019년 3월29일까지 유럽의회 및 개별 EU 회원국 의회 비준 등 후속 절차를 밟는 데 차질을 빚게 된다.
2018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은 미국의 유네스코(UNESCO) 공식 탈퇴가 장식할 예정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국제기구나 협약 운영에 대한 불만을 거듭 제기하며 탈퇴 의사를 밝혀왔지만 탈퇴 효력이 실제로 발휘된 것은 유네스코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주요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 국제질서에도 본격적으로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